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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전국삼성전자노조 "성과급 줄이고 사장은 BMW"…상견례부터 각 세웠다

SBS Biz 강산
입력2022.12.23 09:55
수정2022.12.23 14:21


교섭 시작부터 '반토막' 성과급 반발
삼성전자 노사가 내년도 임금 교섭에 들어간 가운데 노조가 직원들의 '성과급' 문제를 놓고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노사가 상견례를 가진 그제(21일) 사내에 공지된 삼성전자 임직원의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입니다. 삼성전자는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TAI를 지급하는데, 실적을 토대로 사업부별 차등 지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DS) 부문은 이 제도가 시작된 이후 매년 100%를 받아왔는데, 하반기 반도체 불황으로 처음으로 '반토막', 기본급의 50%로 줄었습니다. 비상경영에 사실상 성과급 조정에 들어간 겁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TV와 가전, 모바일 사업부도 마찬가지로 기본급의 37.5~50%로 성과급이 줄었습니다.

내년 초 나오는 초과이익성과급(OPI)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확 꺾인 영향입니다. 
 
노조 "용지·성과급 아끼면서 BMW 사냐"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게시판에 "TAI, OPI 지급에 대한 기준을 투명하게 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경계현 DS부문장 사장과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의 캐릭터를 넣으며 최근 두 사업부 수장을 공개 저격했습니다.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전체 노조원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필두로,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등 4개 노조로 구성됐습니다.

노조는 사내망을 통해 입장 표명을 글을 올리고 "프린트 용지를 아끼고, 직원들에게 보너스(성과급)를 덜 주면서 계열사 대표들의 업무차량으로 B사(BMW)의 뉴I7를 구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회사 임원들에게 2억원이 넘는 BMW 뉴 I7을 업무용 차량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기사화됐다"며 "직원들에게는 비상체제 돌입이라며 종이 한 장도 절감하라고 하고, 성과급도 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이어 "이렇게 아낀 돈으로 임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진정 삼성이 이야기하는 비상체제냐"며 "현 성과급 지급에 대해 불투명한 기준, 또 불공평한 보상 체계가 문제"라며 강도높에 비판했습니다. 

'비상경영' 선언한 삼성 '난감'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새해에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며 경상비용 감축을 주문했습니다. 출장자 비율을 올해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특히 '프린트 용지' 등 사무용품을 50%로 절감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집세 회장 등 경영진과 만나 BMW 최신 전기차와 삼성SDI 배터리를 포함해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BMW 뉴 i7 국내 출고 1호 차량, 업무용 차량 인도식도 열렸습니다. 삼성 계열사 대표의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BMW 뉴 i7 10대가 동시 출고됐습니다.

노조는 최근 삼성의 경비 감축과, 계열사 대표의 BMW 구매 내용을 꼬집으며, '성과급 기준'을 공개하라고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사측의 입장에서보면 노조의 논리에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업부 별로 경비 절감을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는 성과급 축소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됐습니다. 삼성 입장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 미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경비 절감 등 경영 효율화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비상경영 움직임은 이미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당장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그제(21일) 사내 인트라넷 공지를 통해 임원과 리더 관련 예산을 축소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임원 예산은 기존 대비 50%, 팀장 예산은 30% 각각 줄일 예정입니다.

삼성전자와 BMW가 이번에 계약한 차량 10대(노조의 계산으로는 2억*10대=20억)는 미래 사업 관점에서는 작은 친분 표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3년 동안 협력을 이어왔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차량 뒷좌석 컨트롤러를 겸하는 '태블릿PC'도 삼성이 공급하고, 오디오시스템도 삼성 계열사 '하만'이 맡고 있습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BMW 집세 회장에게 "BMW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사 협력을 강화하자"며 협력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인상률 9%' 놓고 줄다리기 예상  

그럼에도 노사가 임금교섭 시작부터 '성과급 기준'을 내세우며, 사측의 비상경영과 연관지은 것은 본격 협상을 앞둔 미묘한 신경전, 또는 본게임을 앞둔 '연습경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노조도 이번 사내 성과급 관련 항의글 말미에 "직원의 목소리가 회사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노동조합에 가입을 부탁한다"는 말로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약 4500~5천명으로 구성된 노조 인원을 늘려 협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 '성과급 불만' 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인상분 9%를 기준으로 노사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노측은 9%보다 높은 최소 두 자릿수(10%대)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와 임금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노사는 본교섭 11회, 실무교섭 20회 등 총 31회에 걸쳐 임금협상을 벌였습니다. 노사는 회사가 기존에 정한 임금인상률을 따르기로 하고, 명절배려금 지급 일수 확대와 재충전휴가 미사용분 보상 등에 합의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경비는 물론 성과급까지 줄일 정도로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노사가 내년 임금교섭에서 완만한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도체 한파'라는 큰 변수로 삼성전자의 사업 실적 또한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이 난항을 빚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8일 기흥 나노파크 사업장에서 2차 본교섭을 진행합니다. 노사 교섭은 통상 주1회 열리는데, 내년 초 직원 승진 인사 이전에 교섭이 끝나 예년처럼 3월 말에 임금체계를 확정짓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외 위기 속 '실적 극복'과 함께 올해 10월 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회장에게 '노사 상생'이란 또다른 과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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