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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로고(CI) (사진=보험연구원)]

교통사고 이후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보험 보상에 있어 '상해'의 의미에 대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보험연구원은 오늘(19일) 낸 'KIRI 보험법 리뷰: 2022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Ⅰ)'을 통해 교통사고 이후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만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운전자보험을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엔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면' B씨가 보험금을 받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후 2017년 9월 B씨는 운전 중 고양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비가 내리던 중이었고, B씨는 구조될 때까지 연기가 나는 차에 갇혀 있었습니다. 뇌진탕 등 진단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B씨는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비가 오면 몸이 떨리는 등 PTSD 증상도 나타나자 입원까지 고려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5월 남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자 간호를 하러 병원에 지내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교통사고 이후 생긴 우울증으로 인한 결과라며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은 보험사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정신질환을 겪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B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미루어 판단하기 충분하다"라고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해당 판결이 보험에서 보는 ‘상해’ 의미에 대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판례를 분석한 황현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해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상해’는 ‘신체상해’ 및 ‘부상’의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며 "우울증이나 PTSD 등 질환은 장해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우울증의 인과관계에 대해 판단하기에 앞서 우울증이 특별약관 제1조의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했어야 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에 대한 논증 없이 우울증이 운전자보험 교통상해사망 특약의 상해라고 전제하고 있어 향후 상해보험, 자동차보험 및 운전자보험 등에서 보상하는 상해의 의미에 관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