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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포커스] 한미약품 신약, 美표준치료 진입했지만…아직 '3순위'

SBS Biz 이광호
입력2022.12.09 13:55
수정2022.12.09 14:30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 '롤베돈'이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롤베돈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항암치료 후 백혈구의 일종이 감소하는 질병)의 치료제입니다. 

NCCN은 미국의 32개 암센터가 결성한 연합체입니다. 이곳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표준치료'로 받아들여집니다. 국가기관의 허가와 별개로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의사들이 따르는 치료법이 된다는 뜻으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표준치료가 지켜집니다. 

실제 가이드라인을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가이드라인 살펴봤더니…"3번째 총알"
호중구감소증에는 여러 치료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과립구 집락자극인자(G-CSF)'입니다. 골수에서 나오는 백혈구 생성 단백질을 흉내 내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치료제인 한미약품의 롤베돈, 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Eflapegrastim-xnst)에는 '3번째 총알(3rd bullet)'이라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앞서 두 가지의 치료법이 있었는데 3번째가 됐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표현 자체가 3가지 치료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진 않는다는 게 의학계 설명입니다. 롤베돈이 1번과 2번 총알과 비교했을 때 후순위는 아니란 의미입니다. 
 
[NCCN의 가이드라인. 에플라페그라스팀을 '3번째 총알(Third bullet)'로 표현했습니다. (자료=가이드라인 캡처)]

하지만 실제 3가지 치료법을 보면, 롤베돈은 사실상 후순위 옵션입니다. 1번과 2번 치료법은 각각 암젠의 '뉴포젠', '뉴라스타'입니다. 뉴포젠의 성분명인 필그라스팀(Filgrastim)이 1번, 뉴라스타의 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Pegfilgrastim)이 2번입니다. 모두 항암치료 이후 호중구의 감소를 끌어올리는 약으로, 뉴포젠을 개량해 지속력을 높인 약이 뉴라스타입니다. NCCN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치료제 성분명 옆에 모두 '카테고리 1'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놨습니다. 

'총알' 사이에 우선순위가 없던 것과 달리 '카테고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카테고리 1을 '높은 수준의 증거에 입각해 이 치료법이 적절하다는 NCCN 내의 통일된 합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후 카테고리 2와 카테고리 3으로 내려갈수록 증거의 수준과 합의의 통일성이 낮아집니다. 
[NCCN의 G-CSF 가이드라인. 앞선 두 성분에만 '카테고리 1(category 1)'이 붙어 있습니다. (자료=가이드라인 캡처)]

롤베돈은 성분명 옆에 카테고리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의학계에 따르면 이는 카테고리 2를 의미합니다. 치료법이 적절하다는 증거(보통은 임상 결과)가 있지만 수준이 높진 않고, 합의의 수준도 완벽하진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이드라인 속 3개의 치료 가능한 성분 중 롤베돈만 낮은 카테고리를 부여받았습니다. 

일단 진입 '고무적'…경쟁력 입증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베돈이 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순위가 낮더라도 어쨌든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4조 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앞선 두 치료제 성분이 7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5%만 확보할 수 있어도 한미약품에게는 큰 성과입니다. 롤베돈 자체는 이미 기술수출된 스펙트럼에서 만들어 판매하지만, 한미약품은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물론 원료가 되는 의약품을 생산해 스펙트럼에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동일 계열 치료제 중 이미 시장을 장악한 암젠과 비교해 롤베돈이 어떤 경쟁력을 보유했느냐, 이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한미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골수에 특이적으로 분포 및 지속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기존 제품 대비 우수한 효능을 가져 한 번 투여로 3주간 약효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어 "제품의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당일 투여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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