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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팔달] 우윳값 올린 주범은? 매일·오아시스 진실게임 2년만에 결판

SBS Biz 박규준
입력2022.11.23 14:21
수정2022.11.24 09:40

[앵커]

요즘처럼 고물가 시기에 가격 인상 담합 만큼 소비자들 분통을 야기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이번 주 유통팔달 시간에는 국민 건강 음료인 우유 가격 담합 논란과 관련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져왔는데요.

이 논란의 한쪽엔 우유 회사인 매일유업이 있고요.

다른 한 쪽엔 쿠팡, 컬리, 오아시스 같은 잘나가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들 이커머스 업체들이 서로 짜고 우유 가격을 올렸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심하고 있는데, 이커머스 업체는 매일유업이 가격을 올리라고 강제해서 어쩔 수 없이 인상했다고 맞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관련 제재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요. 

결과에 따라서는 부당하게 우윳값을 올린 주범으로 소비자들 불만과 질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규준 기자, 우유 관련해서 공정거래위위원회가 현재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지 큰 틀에서 짚어주시죠?

[기자]

하나는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입니다.

공정위는 2020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쿠팡, 컬리, 오아시스 등 4개 업체가 우유 가격을 올리기 위한 담합을 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2020년 말, 다른 사건으로 컬리를 조사하던 중에 이커머스 업체들 간 가격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을 파악, 즉각 직권조사에 나섰습니다.

또 하나는 재판매가격유지 행위 관련 조사입니다.

재판매가격유지란 쉽게 말해 제조사가 유통사에 이 가격에 소비자에게 팔아라 하고 가격을 강제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매일유업이 오아시스, 쿠팡, 컬리 측에 소비자에게 파는 우윳값을 올려 정하고, 이 가격대로 팔라고 강제하는 행위입니다.

[앵커]

첫 번째가 가격 담합, 두 번째가 재판매 가격 유지, 말이 조금 어려운데 두 번째 이야기부터 짚어보죠.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일유업이 이커머스업체에 우윳값을 올리라고 강제했단 거죠.

관련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 결과는 언제 나오나요?

[기자]

공정위는 재판매가격 유지 의혹에 대해선 다음 달까지 제재 여부를 결론 내기로 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사건 관련 자료 요구를 (당사자들에게) 계속해왔고, 연내에 무혐의든 (제재를 위한) 심사보고서 작성이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오아시스가 작년 4월에 매일유업을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로 신고하면서 불거졌는데요.

신고한 지 1년 8개월여 만에 제재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매일유업이 오아시스에 우윳값 인상을 강제했다는 근거가 있나요?

[기자]

재판매가격유지 행위 입증의 핵심은 바로 '강제성'인데요.

오아시스는 매일유업이 가격 인상을 강제함에 따라, 2020년 하반기에 두세 차례 우윳값을 올려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작년 4월 공정위에 넣은 신고서를 통해 "2020년 7월 매일유업 측 영업사원과 사업부장이 함께 성남시에 있는 오아시스 회사를 직접 찾아와서 매일유업 상품들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며 "오아시스 판매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다른 유통채널에서 항의가 많이 있어, 신제품도 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발언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매일유업 대리점 쪽에서 오아시스 가격이 너무 싸다는 불만과 항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신고서를 보면 "(매일유업이) 자사 상품에 대한 소비자 가격을 지정하는 한편, 소비자가격 관리 및 조정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제시하는 소비자 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했다"고도 돼 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오아시스 측 주장이고, 그럼 매일유업의 현재 입장은 정확히 어떤가요?

[기자]

매일유업은 오아시스가 제기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조납품업체가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나 오픈마켓이 활성화된 온라인 시장의 경우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조납품업체가 가격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 관계자는 "매일유업은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서 절대적 1위 사업자인 만큼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2021년 매일유업으로부터 공급가를 20% 높이는 제안을 받았고, 매일유업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정위 내부 일각에선 오아시스에 불리한 시선도 감지됩니다.

오아시스가 애초 매일유업을 재판매가격유지 행위 건으로 신고한 것 자체가 담합 조사에 대한 면피 차원이란 시각인데요.

그러니까 오아시스가 2020년 말, 담합 조사로 궁지에 몰리니까, 넉 달 뒤인 2021년 4월, 위기 모면을 위해 매일유업을 신고했다는 겁니다.

또 공정위 내부에선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가 '갑'인 시대에 '갑'인 오아시스에 매일유업의 가격 인상 강제가 먹혔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국 공정위가 매일유업의 '인상 강제성'에 대한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했느냐에 따라 제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첫 번째 이슈로 다시 돌아가서, 오아시스를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격 담합 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앵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관련) 조사한 지 오래돼서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담합 조사가 마무리될지는 특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공정위가 쿠팡, 컬리, 오아시스 등 4개 업체의 우유 담합 의혹 조사에 나선 게 2020년 12월경이니까 2년간 사건을 붙들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조사중인 담합과 재판매가격유지 사건은 어느 하나가 '유죄'로 나오면 나머지는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매일유업의 강제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게 맞다면 서로 짜고 담합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 다 무혐의로 나오지 않는 한, 이커머스 업체든 매일유업이든 소비자들 신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담합해서 가격을 올렸거나 가격을 올리라고 강제했거나 어느 쪽이든 부당하게 인위적으로 우윳값을 끌어올린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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