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차환 모두 스톱'…회사채, 6년 만에 순상환 전환
SBS Biz 이한나
입력2022.11.15 06:31
수정2022.11.15 10:46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극에 달하면서 6년 만에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상태로 전환됐습니다.
통상 순상환은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올해의 경우는 시장 경색과 수요 증발로 인해 신규 발행과 차환이 모두 막히면서 나타난 '울며 겨자먹기'식 상환이 원인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오늘(15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시장(공모 기준)의 발행액과 상환액을 살펴본 결과 전날 기준 8조9천400억 원 순상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보다 기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한 규모가 이만큼 더 많다는 뜻입니다.
연간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경우는 지난 2016년(1조3천700억 원 순상환) 이후 6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2017년에는 3조2천억원 순발행이었고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연간 순발행 규모가 10조∼21조 원대에 달했습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회사채 시장 경색과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 상황임을 고려할 때 다음 달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사실상 순상환 상태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평시라면 순상환은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한 현금이 많아질 경우 자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갚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직전 순상환이었던 지난 2016년도 이런 사례였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연이어 닥치며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해 2012년까지 기업들의 순발행 규모가 늘었다가, 2013년부터 상황이 개선되며 순발행 규모가 점점 줄어 2016년 순상환으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순발행 규모는 2017년부터 미중 간 무역 갈등 격화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서 2019년까지 늘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발 쇼크에서 벗어나 실적이 호전된 지난해 다시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보통 기업들의 재무사정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 왔지만, 올해는 기업들의 재무 사정이 나빠졌음에도 순발행 규모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순상환을 기록한 셈입니다.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말라붙자,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이동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CP를 통해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단기 자금 조달이기 때문에 불안한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높은 금리를 투자자들에게 줘가며 CP를 발행한다는 것은 안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18%를 기록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대출은 동일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가 있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회복돼 자금조달 경로가 다원화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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