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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저금리에 자본확충하려다 '역풍'…연 이자부담만 8200억

SBS Biz 오정인
입력2022.11.09 08:48
수정2022.11.09 09:07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 2017년부터 자본확충을 위해 자본증권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이자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손쉽게 자본확충에 나서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금융 비용만 떠안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오늘(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증권의 연간 금융비용은 올해 기준으로 8200억 원에 달합니다. 자본증권은 후순위채권과 신종자증권이며, 금융비용은 보험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금융비용은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432억 원에 불과했던 금융비용은 6년 만에 19배 증가했습니다. 2017년부터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난 데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자본증권 비중도 크게 늘었습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이 비중이 2017년 8.5%에서 올해 6월 38.6%에 달했습니다. 손해보험사는 같은 기간 17.7%에서 39.6%로 올라갔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급여력(RBC) 비율 관리와 내년 도입될 새 회계제도 IFRS17을 대비해 각 사마다 자본확충을 해왔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됐고, 이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던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저금리 상황에는 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실제 시장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흥국생명이 5년 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금리부담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MG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KDB생명, DGB생명 등은 자본증권 발행잔액이 자본금 인정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보험사들의 높은 자본증권 의존도는 수익성에 하방으로 작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본적정성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질적으로 우수한 자본확충 없이 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규제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는 보험사의 경우 조달비용을 감내하느라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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