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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리스·도이체방크·씨티그룹, 환 헤지 팔았다가 수천억 손해

SBS Biz 류선우
입력2022.11.03 13:38
수정2022.11.03 13:40

[뉴욕 월스트리트 (사진=연합뉴스)]

바클리스와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환 헤지 상품을 팔았다가 수천억 원대 손해를 봤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현지시간 2일 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의 대주주인 네덜란드 기업 프로수스는 지난해 8월 인도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 빌데스크를 3450억 루피(당시 약 47억 달러)를 주고 인수하려 했습니다.

프로수스는 인도 루피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인수 체결을 앞두고 환율을 고정하는 환 헤지 파생상품 계약을 이 세 은행과 맺었습니다.

프로수스에는 빌데스크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수수료 없이 이 헤지를 없앨 수 있는 선택권도 있었습니다.

환 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환율을 현재 시점에 미리 고정하는 것으로, 국제적 인수·합병 거래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다만 인수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환 헤지 파생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프로수스의 빌데스크 인수는 지난달 무산됐고, 결국 세 은행은 루피 가치 하락에 따라 큰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이 기간 루피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약 10% 하락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각 은행은 프로수스에 10억 달러(약 1조 4200억 원) 또는 그 이상의 환 헤지를 제공했으나, 프로수스의 인수가 어그러지면서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바클리스는 1억 달러(약 1421억 원), 도이체방크는 9000만 달러(약 1279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고 씨티그룹의 손실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은행들의 손해 규모는 그들의 매출과 이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이라 3분기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시트릭스를 인수하기 위한 레버리지 거래로 투자은행들이 6억 달러(약 8500억 원)가 넘는 규모의 손실을 본 바 있습니다.

또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리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레버리지론 등의 방식으로 빌려주기로 했는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130억 달러(약 18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바클리스는 지난해에도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스웨덴의 생명공학 회사인 '스웨디시 오펀 바이오비트럼'(Sobi)을 인수하려 할 때 환 헤지 파생상품을 판매했다가 1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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