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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이재용 '동선'에 답이 보인다…삼성 연말인사 방향은?

SBS Biz 강산
입력2022.11.02 10:28
수정2022.11.03 16:32


'가장 큰 위기' 택한 이재용
올해 삼성그룹 연말 사장단, 임원 인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승진 후 첫 인사인 만큼 어느 때보다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모습입니다.

회장 승진 시점을 두고 여러 예상이 나왔는데, 이 회장은 그룹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을 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경기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뺏겼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지난 1일 창립기념일을 조용하게 보낸 만큼, 연말 인사 발표 시기에 맞춰 '뉴삼성'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 인사에 대한 재계 관측은 매년 크게 '안정'과 '쇄신'으로 엇갈립니다. 대내외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안정적인 경영 전략을 세울 것인지, 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격적이고 과감한 수뇌부 물갈이를 할 것인지 입니다.

회장 승진 후 첫 출장지 '베트남' 촉각

이 회장의 다음 동선은 일단 '가전과 모바일'에 먼저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이 회장은 올해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주년 기념해, 이르면 다음달 삼성전자 베트남 R&D센터를 둘러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말 응우옌 쑤언 푹 총리에게 "신축 R&D 센터가 삼성그룹의 연구·개발의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부터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2천만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R&D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삼성 베트남 공장은 전세계 삼성 폰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입니다. 삼성은 베트남에 스마트폰 공장 2곳 외에도 TV와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 청소기, 2016년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을 비롯해 현재 마이크로LED 등 삼성의 프리미엄 TV도 생산됩니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의) 해외출장은 정해진 게 없다.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재판 상황을 고려해 최근 1년간 장기 해외 출장이 아닌 1~2주 단기 출장이 진행됐던 것도 관측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생활가전 수장 사임…후임 주목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생활가전사업부를 총괄해온 이재승 사장이 지난달 18일 돌연 사임하면서 인사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삼성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세탁기 품질 이슈와 생활가전사업부 실적 악화 여파가 복합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망에는 이 사장의 사임 이유에 대한 임직원들의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 건강문제, 또 개인적인 이유 등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부분은 없습니다. 연말 인사를 약 50일 앞둔 시점에서 사임을 했고, 또 삼성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서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모습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2023를 앞두고 삼성전자 가전사업부가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본다"며 "이 사장 사퇴로 임직원 모두 연말 인사만 다들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는 현 대표이사이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을 겸직 위촉했으나 정식으로 후속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삼성전자 최초의 생활가전 출신 사장인 이 사장과, 30년 TV 연구를 해오고 모바일과 가전의 '통합' 역할을 맡은 한 부회장의 역할에는 전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연말 인사에서 생활가전 사업만 전담할 세대교체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재계에서는 현 생활가전 개발팀장인 이무형(52·부사장)과 생활가전 선행개발팀장인 이준현(57·부사장)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TSMC에 고전…'파운드리' 칼바람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TSMC에 뺏긴 만큼, 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 사장단, 임원인사 폭 또한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재계가 주목하는 곳은 파운드리사업부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6월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이를 독점 생산 중인 네덜란드 'ASML'를 직접 찾았습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장비 공급 협력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회장은 당시 출장 귀국길에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이라며 초격차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밝혔습니다.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미세공정 수율(생산된 양품 비율)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지난 2020년말 당시 반도체 부문에서 50대의 이정배 부사장과 최시영 부사장은 각각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습니다. 이는 철저한 '성과주의'가 밑바탕이 됐습니다.

정은승 사장의 뒤를 이어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한 최시영 사장은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초청받았을 때도 최 사장은 수감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최 사장은 시스템반도체부문의 한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TSMC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53.4%, 16.5%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의 최첨단 4나노 공정 수율 확보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문제 또한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 사장 중심의 중장기적인 파운드리 초격차 전략을 다시 한번 바꿀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올해 6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부사장급 10여 명을 포함한 주요 임원 20여 명을 교체했습니다.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반도체연구소의 신임 소장 자리에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을 주도한 송재혁 부사장이 선임됐습니다.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이 남석우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으로 교체됐습니다.

당시 정기 인사 시즌에 수십명 규모의 칼바람 인사가 끝이 아닐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율 개선 등을 위해 첫 내부감사(경영진단)를 진행한 것도 큰 폭의 인사 가능성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2인자' 정현호, M&A팀 보강 나서나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연말 인사를 통해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의 무게감도 커질 전망입니다. 최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 컨트롤타워 부활이 현실화되면 정 부회장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부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후 2003년부터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두루 거쳤습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6년 만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이 과거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잇는 '삼성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현재 3개로 나뉘어져있는 TF 조직을 확대, 개편하거나 과거 미전실처럼 별도의 조직 설립을 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말 국정농단 사태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했습니다. 이후 계열사 간 원활한 협력을 위해 삼성전자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또 금융 경쟁력 제고·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 TF를 각각 삼성생명, 삼성물산 중심으로 설립했습니다. TF 수장은 정현호 부회장,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입니다.

삼성의 '전략통'인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M&A(인수합병) 전담 인력을 보강할 부분도 연말 인사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삼성은 M&A 전문가로 유명한 삼성증권 출신 임병일 부사장을 올해 사업지원TF에 깜짝 영입했고, 하만 인수의 주역으로 평가되는 안중호 전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이 회장의 승진이 결정된 것은 반도체 등 사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라며 "잠재력이 아닌 당장의 수익성에 집중할 수 있는 실적기반형 인사가 어느 때보다 주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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