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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에 10억원 초과 고액예금 790조 달해

SBS Biz 최지수
입력2022.10.31 07:02
수정2022.10.31 10:27

지난해 8월 이후 본격화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고액 예금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오늘(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천15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769조7천220억 원) 대비 18조1천930억 원(2.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1년 전(716조2천350억 원)과 비교하면 71조6천800억 원(10%) 급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규모별 계좌수 및 금액을 집계해 4월과 10월쯤 공표하고 있습니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 8만4천 계좌에서 올해 6월 말 9만4천 계좌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10억 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528조9천780억 원으로 전년 말(509조8천150억 원)과 비교해 3.8% 증가했습니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천850억 원에서 237조3천960억 원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고, 저축예금은 24조4천480억 원에서 21조430억 원으로 13.9% 감소했습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며,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입니다.

즉 올해 상반기 개인과 기업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율이 낮은 저축예금이나 기업 자유예금보다는 예치기간을 정해놓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등으로 몰려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같은 고액예금, 이중에서도 정기예금 증가 속도는 6월 말 이후에 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준 4대 은행(신한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10억 원 초과 거액 정기예금의 계좌수 및 잔액(개인+기업)은 3만4천53계좌, 363조3천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6월 말(2만7천655계좌, 316조3천억 원)에 비해 불과 4개월 만에 계좌수는 23.1%(6천398계좌), 잔액은 14.9%(47조)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처럼 고액 정기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7월과 10월 두 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고, 이것이 차례로 예금 금리에 반영되면서 연 5%가 넘는 이자를 주는 상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고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묻어두는 자산가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일단 은행에 돈을 쌓아두고 기회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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