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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포커스] "주식 내놓겠다" 헬릭스미스 김선영…약속 시한 D-3

SBS Biz 이광호
입력2022.10.27 16:22
수정2022.11.28 15:18

헬릭스미스는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던 회사입니다. 국내 최초로 기술 특례를 통해 상용화되지 않은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입성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기대감을 크게 모았던 시기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주가 1만 원대의 코스닥 시총 40위대 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코스닥의 대형주로 떠오르며 벌려 놨던 수많은 임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헬릭스미스의 가장 큰 파이프라인은 '엔젠시스'라고도 불리는 'VM202'입니다. 상처 등의 회복에 기여하는 HGF라는 물질을 몸에서 더 많이 만들도록 하는 방식의 약으로, 다양한 병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도가 너무 다방면으로 일어났다는 겁니다. 무려 다섯 가지 질환에 대해 임상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상태로,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말초동맥질환(PAD),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허혈성 심장질환, 그리고 샤르코-마리-투스까지 다양합니다.
 

자연스럽게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상반기 기준 헬릭스미스의 '개발 중 무형자산'의 손상 차손, 즉 개발과 관련해 비용으로 반영된 돈은 840억 원입니다. 지난 2019년 임상 3상이 한 번 실패하면서 그 때까지 쌓였던 700억 원 규모의 개발비를 비용으로 털어낸 영향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후 올 상반기까지 또 85억 원으로 개발비가 쌓였습니다. 회계적으로는 상업화가 되지 않은 물질도 가치가 있다면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 실패하면 비용으로 바뀌는 돈이 또 100억 원 가까이 쌓이고 있는 겁니다. 

큰 실패를 겪은 헬릭스미스도 신중해졌습니다. 다양하게 벌려 놨던 임상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허혈성 심장질환 임상은 지난 2016년부터 국내에서 준비 중이고, 샤르코-마리-투스 임상은 지난해 11월 국내 1상을 마쳤지만 아직 2상을 진행할 지역도 확정짓지 못했습니다. PAD 역시 2015년 미국에서 3상을 종료했지만 다음 소식이 없고, 중국에선 2017년부터 아직도 임상이 진행 중입니다. 

임상 단계 올라가는데…애매한 결과
결국 관심이 모이는 임상은 2가지입니다. 지난 8월과 9월 연달아 새 소식이 들렸던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루게릭병입니다. 그런데 연달아 들렸던 새 소식이 모두 의문점을 남긴 상태입니다. 

이미 실패했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는 이후 2번째 임상 3상을 재도전했고 중간 데이터를 얻었는데, FDA가 참고하는 임상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애매한 권고를 받았습니다. 모든 환자의 임상 데이터가 확보돼야 3번째 3상의 진행 권고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약이 실패했다면 임상 중단을, 성공적이었다면 임상 속행을 권고했을 텐데 그 사이 어딘가의 입장을 남긴 겁니다. 

루게릭병은 특히나 최근 FDA가 '렐리브리오'라는 새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희귀병에 대한 치료제는 FDA의 관련 제도에 따라 임상 2상만 마치고도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헬릭스미스도 최근 진행 중인 임상이 2상입니다. 하지만 헬릭스미스의 2상은 '렐리브리오'를 개발한 업체와 좀 다릅니다. 

렐리브리오를 개발한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는 환자 137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습니다. ALSFRS-R 이라는 루게릭병 관련 기능 평가 척도를 위약과 비교하고, 2상 종료 이후 추가 분석을 통해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10.6~18.8개월 연장시켰다는 결과도 내놨습니다. 헬릭스미스의 임상은 1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유효성에 대한 평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규모나 깊이 면에서 같은 2상 단계라고 보기 힘든 수준 차이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헬릭스미스는 "IDMC의 권고는 처음 설계한 임상대상자 수 절반인 76명에 대해서 향후 임상 설계에 대해 권고를 해주는 것"이라며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권고안이 나올 당시 엔젠시스가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없고 처음 설계한 152명에 거의 근접한 대상자 수가 등록이 되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등록된 대상자 전체에 대해 추가적인 중간분석을 실시하라는 권고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임상은 지난 8월 24일 152명의 등록이 완료됐고, 추가 중간분석 실시 여부는 올해 결정됩니다. 

루게릭병 임상과 관련해선 "같은 2상 단계의 임상시험이라 해도 각 회사마다 목적에 따라 설계를 달리한다"며 "엔젠시스의 이번 2a 임상시험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 평가지표를 안전성으로 설계했고 유효성에 대해서는 통계적 검정력을 고려하지 않는 탐색적 지표로만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 연장 연구도 진행 중이며 유효성 지표에 대해서는 최종결과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증 자금 쓰는 중…"임상은 마칠 수 있어"
헬릭스미스는 지난 2020년 1,613억 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해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과거 주주 투자금을 사모펀드 투자 등에 썼다가 손실을 봤던 경험도 있어, 이번에는 반드시 목적에만 맞게 쓰도록 보안 계좌(에스크로)에 넣고 쓸 때마다 승인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에스크로 자금은 현재 939억 원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헬릭스미스의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258억 원이었습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현재 하고 있는 임상을 마치는 데는 충분한 자금이 마련돼 있다"면서도 "임상을 마친 이후의 허가와 시판 과정에서는 새로운 파트너십이나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이번 임상마저 실패한다면 또 다음 임상에 뛰어들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거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김선영 대표는 약속을 하나 했었습니다. 당시 기준 이듬해 10월 31일까지, 그러니까 사흘 뒤까지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두번째 임상 3상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회사 주가를 10만 원까지 올리지 못한다면 주식을 내놓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지난해 약속 발표 당시부터 회사의 임상과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도 경영진 해임 안건이 포함된 임시주총이 열리는 등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쟁이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소수주주연합의 경영권 장악 시도 등으로 인해 주식 출연 약속이 무효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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