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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수신금리…은행에 넣어놔도 손실

SBS Biz 우형준
입력2022.10.19 07:01
수정2022.10.19 11:20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에 예금을 맡긴 가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은행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에는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오늘(19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98%로 나타났습니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1월에만 해도 1.65%에 불과했지만, 2월 1.70%, 3월 1.74%, 4월 1.87%에 이어 5월(2.02%)에 2%대에 올라섰습니다.

이어 6월 2.41%, 7월 2.93%에 이어 8월에는 3%에 육박했습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명목금리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저축성 수신금리 상승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 때문입니다.

한은이 지난해 8월 0.25%포인트(p)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모두 여덟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연 3%까지 높아졌습니다.

아직 8월과 10월 인상한 기준금리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9월 이후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가 상승률>수신금리
문제는 물가 상승률입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말보다 4.4%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8월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2.98%)에서 물가 상승률(4.4%)을 뺀 실질금리는 -1.42%로 집계됐습니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대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성 수신금리가 상당폭 오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경우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됩니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작년(-1.42) 등 세 차례뿐입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실질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질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2년 1.23%, 2013년 1.43%, 2014년 1.13%, 2015년 1.04% 등 1%대에 이어 2016년 0.48%, 2017년 -0.34%까지 추락했습니다.

이후에도 2018년 0.37%, 2019년 1.35%, 2020년 0.55% 등으로 1% 전후를 기록하다가 물가 상승이 시작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천245조4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천억원 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입니다.

주식시장에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마저 빙하기로 접어들면서, 자칫 자산 시장에 잘못 투자했다가는 원금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보니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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