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제약-바이오] 터질 게 터졌다…코로나 주가 조작 의혹, 일양약품으로 시작
SBS Biz 이광호
입력2022.10.05 14:22
수정2022.10.05 17:17
[앵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지도 어느덧 2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을 시도해 온 제약·바이오 업계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개발에 뛰어든다는 선언만으로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해당 기업들의 주가 또한 요동쳤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과는 과연 어떨까요?
백신 개발에 성공한 곳 하나, 지금은 쓰이지 않는 치료제를 개발한 곳, 나머지는 개발 진행 중이거나 중도에 포기한 회사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개발은 쉽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주가를 띄우려고 코로나 사태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많았는데요.
최근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첫 주자는 중견 제약사 일양약품입니다.
이광호 기자, 일단 일양약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사태는 코로나 초창기인 지난 2020년 3월로 돌아갑니다.
일양약품은 '윈비디'라는 비타민 음료로 유명한 회사지만 신약도 적극적으로 개발한 곳인데요.
'놀텍'이라는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와 '슈펙트'라는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해 각각 지난해 551억 원과 131억 원의 잠정 생산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슈펙트' 들어보신 분 있으실 겁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일양약품은 '슈펙트'를 코로나 치료제로 쓰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야심 차게 임상에 돌입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초 임상 결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이 엎어졌습니다.
[앵커]
그게 지금 문제가 됐다는 뜻일 텐데, 당시에 이 회사 주가도 많이 뛰었겠네요?
[기자]
2020년 2월 말 2만 원대였던 주가는 3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뛰어오르면서 종가 기준 9만 5천 원까지 뛰었습니다.
이후에는 주가가 쭉 빠지면서 1만 원대 후반까지 내려와 코로나 이전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가가 오른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 최대 주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11번에 걸쳐 11만 주 넘는 매도가 벌어졌는데요.
최대 주주인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에게선 변화가 없었지만, 그 친인척이 매도를 주도했습니다.
정 회장의 동생들이 연일 주식을 팔았고,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부인 이영자 여사도 6월 초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하는 등 적극적인 매도가 벌어졌습니다.
6월 초는 일양약품이 코로나 치료제 목적으로 러시아에서 임상을 승인받은 직후입니다.
[앵커]
코로나 치료제 관련 경영 정보가 부정하게 활용됐을 수도 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에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도 공세를 펼쳤던 최대 주주 일가가 주가가 다 떨어진 이듬해인 2021년에는 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입니다.
지난해 1년간 최대 주주의 지분 변경 공시만 16회 이뤄졌는데, 이 중에 매도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최대 주주 일가가 지분을 사고판 정황만 보면 코로나 치료제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앵커]
경찰이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찰이 지금 눈여겨보는 부분은 뭔가요?
[기자]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실험 결과 자사 제품 '슈펙트'가 코로나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70% 감소했고 특히 당시 유력 치료제 후보물질이던 '칼레트라'보다도 우수했다고 밝힌 건데요.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일양약품이 관련 실험에서 유리한 결과만 발췌해 발표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를 통해 주가를 띄우고, 최대 주주 일가의 매도가 이어져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입니다.
경찰은 그간의 수사 과정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기자]
이에 대한 일양약품 입장은 뭔가요?
[기자]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일양약품은 "이 사건은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지난해 5월 접수한 고소로 1년여간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라며 "연구 결과를 다르게 알린 사실이 없음을 수사기관에 소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아무런 실험과 조치가 없었다면 제약회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이번 일양약품 건으로 다른 제약사들도 긴장하고 있다고요?
[기자]
일양약품처럼 장내 매도가 대거 일어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28곳입니다.
이 중 공식적으로 임상을 닫은 뒤 완전히 개발을 종료했거나 추가 임상 소식이 없는 곳은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엔지켐생명과학, 부광약품과 종근당, 제넥신과 GC녹십자 등 6곳인데요.
이 중 부광약품 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지분 3.98%,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팔았습니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지난 2월 고발장을 제출해 이 역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최대 주주 조중명 대표 역시 금호에이치티에 280억 원 가까운 금액으로 주식을 넘긴 바 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온전히 코로나 관련은 아닙니다만, 소액주주와 소송전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번 일양약품 수사를 기점으로 코로나 사태 당시 상황을 둘러싸고 주주들과의 분쟁이나 수사가 더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최대 주주의 사익편취 문제가 있었다면 이 자체로도 물론 큰일입니다만, 결국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피해를 본 건 이제 와서 떨어진 주가에 손해를 떠안은 주주들이겠죠.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는 지금 단기 호재에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지도 어느덧 2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을 시도해 온 제약·바이오 업계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개발에 뛰어든다는 선언만으로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해당 기업들의 주가 또한 요동쳤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과는 과연 어떨까요?
백신 개발에 성공한 곳 하나, 지금은 쓰이지 않는 치료제를 개발한 곳, 나머지는 개발 진행 중이거나 중도에 포기한 회사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개발은 쉽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주가를 띄우려고 코로나 사태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많았는데요.
최근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첫 주자는 중견 제약사 일양약품입니다.
이광호 기자, 일단 일양약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사태는 코로나 초창기인 지난 2020년 3월로 돌아갑니다.
일양약품은 '윈비디'라는 비타민 음료로 유명한 회사지만 신약도 적극적으로 개발한 곳인데요.
'놀텍'이라는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와 '슈펙트'라는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해 각각 지난해 551억 원과 131억 원의 잠정 생산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슈펙트' 들어보신 분 있으실 겁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일양약품은 '슈펙트'를 코로나 치료제로 쓰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야심 차게 임상에 돌입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초 임상 결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이 엎어졌습니다.
[앵커]
그게 지금 문제가 됐다는 뜻일 텐데, 당시에 이 회사 주가도 많이 뛰었겠네요?
[기자]
2020년 2월 말 2만 원대였던 주가는 3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뛰어오르면서 종가 기준 9만 5천 원까지 뛰었습니다.
이후에는 주가가 쭉 빠지면서 1만 원대 후반까지 내려와 코로나 이전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가가 오른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 최대 주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11번에 걸쳐 11만 주 넘는 매도가 벌어졌는데요.
최대 주주인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에게선 변화가 없었지만, 그 친인척이 매도를 주도했습니다.
정 회장의 동생들이 연일 주식을 팔았고,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부인 이영자 여사도 6월 초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하는 등 적극적인 매도가 벌어졌습니다.
6월 초는 일양약품이 코로나 치료제 목적으로 러시아에서 임상을 승인받은 직후입니다.
[앵커]
코로나 치료제 관련 경영 정보가 부정하게 활용됐을 수도 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년에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도 공세를 펼쳤던 최대 주주 일가가 주가가 다 떨어진 이듬해인 2021년에는 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입니다.
지난해 1년간 최대 주주의 지분 변경 공시만 16회 이뤄졌는데, 이 중에 매도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최대 주주 일가가 지분을 사고판 정황만 보면 코로나 치료제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앵커]
경찰이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찰이 지금 눈여겨보는 부분은 뭔가요?
[기자]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실험 결과 자사 제품 '슈펙트'가 코로나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70% 감소했고 특히 당시 유력 치료제 후보물질이던 '칼레트라'보다도 우수했다고 밝힌 건데요.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일양약품이 관련 실험에서 유리한 결과만 발췌해 발표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를 통해 주가를 띄우고, 최대 주주 일가의 매도가 이어져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입니다.
경찰은 그간의 수사 과정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기자]
이에 대한 일양약품 입장은 뭔가요?
[기자]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일양약품은 "이 사건은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지난해 5월 접수한 고소로 1년여간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라며 "연구 결과를 다르게 알린 사실이 없음을 수사기관에 소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아무런 실험과 조치가 없었다면 제약회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이번 일양약품 건으로 다른 제약사들도 긴장하고 있다고요?
[기자]
일양약품처럼 장내 매도가 대거 일어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28곳입니다.
이 중 공식적으로 임상을 닫은 뒤 완전히 개발을 종료했거나 추가 임상 소식이 없는 곳은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엔지켐생명과학, 부광약품과 종근당, 제넥신과 GC녹십자 등 6곳인데요.
이 중 부광약품 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지분 3.98%,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팔았습니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지난 2월 고발장을 제출해 이 역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최대 주주 조중명 대표 역시 금호에이치티에 280억 원 가까운 금액으로 주식을 넘긴 바 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온전히 코로나 관련은 아닙니다만, 소액주주와 소송전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번 일양약품 수사를 기점으로 코로나 사태 당시 상황을 둘러싸고 주주들과의 분쟁이나 수사가 더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최대 주주의 사익편취 문제가 있었다면 이 자체로도 물론 큰일입니다만, 결국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피해를 본 건 이제 와서 떨어진 주가에 손해를 떠안은 주주들이겠죠.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는 지금 단기 호재에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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