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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IN] 항명에 칼 뽑은 원희룡…상식밖 감찰에 도공은 억울하다?

SBS Biz 정광윤
입력2022.09.28 14:31
수정2023.10.19 14:40

[앵커] 

한국 도로공사가 평지풍파를 겪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자 도공에 음식값을 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감찰이 들어온 데다가 사장까지 물러나게 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로공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정광윤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상황부터 짚어보죠. 

왜 이 난리가 난 겁니까?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한국 도로공사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을 10% 내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물가도 급등하는 마당에 고통을 분담하자는 건데요. 도공 측에선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정부가 새로 들어선 마당에 시작부터 지시를 거부하니 윗분들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을 텐데요. 

원희룡 장관이 직접 도공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원 장관은 SNS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공공연히 정부의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반드시 혁파해야 할 구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이후 이틀 만에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했습니다. 

[앵커] 

원 장관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서는 속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안 그래도 공공기관을 손 봐야 하는 마당에 초반부터 고삐를 죄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방만경영을 해소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숙 도공 사장이 문재인 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도 있는데요. 

그래도 정치색 옅은 관료 출신이라 남은 임기는 지킬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왔었지만 이번에 잡음이 불거지면서 교체시기가 당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도공이 음식값 인하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그래서 이번 국토부 감찰의 명목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을 언론 등 외부에 유출해, 일종의 직무상 비밀을 누출했다"는 점입니다. 

[앵커] 

사실상 괘씸죄를 묻겠다는 건데, 도공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공의 수익원이랄 게 사실 휴게소에서 나오는 것 외엔 마땅히 없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도로 건설비용 갚고 유지비 충당하는데 거의 다 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매년 명절마다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것도 부담인데요. 지난 정부부터 법제화되면서 매년 1000억 원 가까운 수입이 줄었습니다. 

비록 최근 몇 년 간은 코로나19로 중단됐지만 지난 추석부터 다시 수백억 원의 통행료가 면제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음식값까지 깎으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공공기관이 꼭 돈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적자 좀 보면 되지 않습니까? 

[기자] 

문제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본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하는데요. 

재무건전성에 나쁜 평가를 받아 점수가 떨어지면 성과급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단적인 예로, 인천 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약 7500억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등의 임대료 감면에 약 1조 원을 썼습니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흑자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임원들은 적자를 이유로 성과급을 '자율 반납'했는데요. 

말이 자율이지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토해낸 겁니다. 

[앵커] 

국토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 고려를 안 한 겁니까? 

[기자] 

협의과정에서 도로공사에 "경영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기재부와 협의하겠다"고 달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게 쉽지 않은데요. 

"경영평가 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부처 요청을 반영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 설명입니다. 

사실상 정부 정책대로 하다가 적자가 나도 이걸 기관 하나하나마다 평가에 다 반영해주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공공기관들 입장에선 주무부처 눈치를 살피다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아니면 이번처럼 버티다가 사장까지 날라가는 '철퇴'를 맞을지 진퇴양난인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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