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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중대재해 70% 노후 산업단지…기업에만 맡겨선 안된다

SBS Biz 서주연
입력2022.09.28 10:49
수정2022.09.29 11:07

지난 22일 오전 전남 여수산단 금호석유화학공장 제2고무공장에서 가스 유출 사고가 났습니다. 해당 공장에서 가스를 들이마신 현장 작업자 14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는데요.

고용당국은 근로자들이 이번 사고로 질병을 얻거나 사망할 경우 중대 재해법을 적용해 수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올 초 중대 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만 3번째 발생한 중대 재해 사고인데요. 대표적인 노후산단으로 중대 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대 재해법 시행 이후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 7건 가운데 6건이 40년 이상 노후된 산단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유화학 단지의 경우, 자칫 지역사회 전체를 재난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큰데, 현장 노동자들과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산단 시설의 노후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어제(28일)도 여수산단에서는 6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습니다. 20미터가 넘는곳에서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는데 당연히 있어야할 추락방지망이 없었습니다.

최근 6년간 여수산단 중대 사고 17건…25명 사상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가스 누출로 작업자 14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22일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올 들어서만 두 차례 폭발 사고가 났는데요.

지난 2월 11일에는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지난 5월 31일에는 전남 여수산단 내 한 공장 2층 사무실에서 폭발 사고가 나 직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지난 한 달 사이에만 모두 4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여수산단에서 발생했습니다.

1967년 여천공업기지로 문을 연 여수산단은 올해로 55년이 넘은 국내 대표 노후 산단.

최근 6년간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17건. 이로 인해 25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4월 11개 여수산단 석유화학공장장과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논의했지만, 재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는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전담 조직 구성과 예산 편성을 통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40년 이상 된 노후 산단, 산업단지 중대 재해 사고 71.7% 차지
[여수산업단지 (SBS Biz 자료사진)]

여수산단과 같이 20년 이상 노후화된 산업단지에서는 중대 재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관련법 제정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대 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입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는 123건으로, 226명이 숨지거나 다쳤는데요.

4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사상자 수는 165명으로 전체 중대 사고 사상자의 71.7%에 달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석유화학 생산의 43%를 차지하는 여수산단과 같이 대규모 위험물 산업단지는 기공 시기가 오래된 경우 노후 설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점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위험물 관리법을 담당하는 소방청도 노후 산단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노후 설비의 관리·감독 책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의원은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의 관리 주체를 기업만이 아닌 정부·지자체까지 확대해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노후 설비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석유화학단지 중대 재해, 지역민 안전 위협…제도적 장치 절실
[울산석유화학단지 (SBS Biz 자료사진)]

유해 위험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석유화학단지에서는 화재와 폭발 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한번 발생하면 쉽게 규모가 커지고 화학물질이 유출되면 인근 지역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합니다.

산단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낡은 설비를 지목했는데요.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의 기공 연도를 보면 울산산업단지는 1962년, 전남 여수산업단지 1967년, 충남 대산산업단지는 1988년입니다.

노후 산단에 제대로 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뼈까지 녹인다는 불화수소산 가스 10t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고, 전남 여수의 해양조선소에서 암모니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도 8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사고 이후 산단의 작업환경은 달라졌을까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한계에 이른 시설, 부품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어가는 실정입니다.

체계적인 관리와 안전 예산 투입이 절실하지만, 일부 기업은 사건 은폐와 땜질식 처방으로 오히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후 산단의 시설 관리를 기업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 시민이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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