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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문 운영할 만한 능력 보여야"…한화, 노조 리스크가 무서운 이유

SBS Biz 신성우
입력2022.09.27 17:57
수정2022.09.28 09:00


한화그룹이 13년만에 두 번째 도전을 발표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눈 앞에 뒀습니다.

한화그룹은 어제(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9.4%를 확보하는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한화가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000억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이 1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아직은 우선협상대상자이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의 제안을 하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한화의 인수는 무산되지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경영 및 재무역량이 검증된 국내 대기업 계열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고 밝힌 만큼 다른 기업들이 새롭게 들어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산 분야와 에너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체계'를 구축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한화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았습니다. 이번 매각 문제를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반발한 노조 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한화 입장에서는 13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13년전 악몽 재현?…"능력 있는지 조사할 것"
한화는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행보증금 약 3000억원을 납부한 바 있습니다. 한화의 첫 번째 인수 시도였습니다.

차질 없이 인수가 진행되는 듯 했지만, 노조의 저지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당초 한화와 산업은행은 확인 실사를 못하더라도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경제 위기가 심해지며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생겼고, 이에 한화는 확인 실사 후 최종 계약 체결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화는 고용보장 등을 주장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저지로 확인 실사에 들어가지 못했고, 산업은행까지 한화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최종 계약은 무산됐습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한화의 인수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같은 일이 또 반복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오늘(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노조가 우려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조선 분야를 발전시킬 능력'과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정상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조선업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비전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국민 기업을 운영할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화는 방산 기업이지 조선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잠수함, 군함 등 방산 분야에 진출해 있지만, 그 비중은 핵심인 상선 분야 대비 크지 않습니다.

방산 분야의 매출은 전체 대비 10% 수준이고, 인력 역시 15% 정도에 그칩니다. 수주 잔량에서도 방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기준 20% 정도입니다.

대우조선 노조는 방산 부문과 상선 부문을 분리하거나, 특정 분야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반대 입장을 내놨습니다.

결국, 한화는 방산 분야를 제외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분야인 일반 상선에서 어떤 시너지를 내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더 구조조정 할 것인가"…노조 설득 선택 아닌 필수
구조조정 역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얼마나 더 구조조정을 하고, 얼마나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앞으로 다양한 경영 효율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과거 현대중공업의 인수 추진 과정에서는 사업 영역에서 상당히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조직 슬림화 문제가 떠올랐다"며, "한화의 경우에는 조선 분야가 없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노조는 혹시 모를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따지고 갈 것이란 입장입니다. 현대중공업 인수 경우보다는 구조조정 리스크가 적지만 인수 이후 인력을 축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조는 오는 29일과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합니다. 임금 단체 협상과 관련된 투표지만, 이번 매각이 발표되면서 매각 문제를 포함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투표 결과와 한화가 매각 과정에서 어떻게 노조와 협의를 거치냐에 따라 파업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화가 13년전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 리스크를 털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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