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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짜면 누가 알겠어?"…'홀인원' 보험사기 무더기 적발

SBS Biz 류정현
입력2022.09.27 10:48
수정2022.09.27 15:28


보험설계사 A씨는 지난해 고객 3명을 '홀인원 보험'에 가입시켰습니다. 이후 함께 라운딩을 돌며 차례대로 홀인원을 성공한 것처럼 꾸몄고 이들 모두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가도록 도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이런 형태의 홀인원 보험사기 혐의자 168명을 적발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적발된 보험사기는 모두 391건이며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홀인원 보험은 홀인원 성공 후 지출해야 하는 축하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최근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고 보험사들도 운전자보험·상해보험 등에 홀인원 보험 특약을 넣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라운딩을 돌 때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보험사기를 논의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라며 "최근에는 실제 CCTV를 확인하는 등 보함사도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홀인원 보험사기의 대표적인 수법은 보험사에 허위로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한 보험사기 혐의자 B씨는 인근 음식점 두 곳에서 10분 안에 결제한 영수증 두 개를 제출해 홀인원 보험금을 수령했습니다. 또 다른 혐의자는 약 30분 동안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속초에서 서로 다른 카드로 결제된 영수증 6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설계사를 통해 홀인원 보험에 가입한 두 사람이 각각 홀인원에 성공한 후 동일한 음식점에서 200만원 이상을 결제한 영수증을 제출해 덜미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홀인원에 성공한 것으로 꾸며 보험금을 타간 사례도 있습니다.

혐의자 C씨는 지난 2019년 홀인원 보험 가입 6일 만에 2번이나 홀인원에 성공했다고 보험사에 통보했습니다. 특히 C씨는 첫 번째 홀인원에 성공한 날로부터 5일 뒤 새로운 보험에 가입했고 다음 날 두 번째 홀인원에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통상 아마추어 골퍼 기준으로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 정도로 추정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라운딩에 나선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 계산으로 약 57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금감원은 홀인원 보험사기 혐의자를 정리해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통보하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국수본은 지난 7월부터 올해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 시도 관할청에서 수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 입증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할 것"이라며 "보험사기 제안을 받거나 의심 사례를 알게 된 경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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