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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대규모 감세안에 "무모한 도박"…파운드화 가치 37년만에 최저 [장가희 기자의 뉴스픽]

SBS Biz 장가희
입력2022.09.26 05:59
수정2022.09.26 10:56

앵커가 콕 짚어 전하는 뉴스, 뉴스픽입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파격적인 감세안을 내놨습니다.

현지시간 2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먼저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이 19%로 1%포인트 낮아집니다.

특히 15만 파운드, 우리돈 약 2억 4천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현행 45%에서 40%로 내려갑니다.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포함한 인지세도 크게 줄어드는데요.

인지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 가격 기준이 우리돈 1억 9천만 원에서 3억 8천만 원으로 두 배나 높아집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2020년 폐지한 해외 방문객의 면세 쇼핑도 부활하고, 앞으로 6개월간 94조 원을 들여 에너지 요금도 지원됩니다.

무엇보다 현행 19%에서 25%로 올리려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아예 백지화했습니다.

투자를 촉진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거죠.

영국 재무장관의 발언, 들어보시죠.

[쿼지 콰텡 / 영국 재무장관 : 재무장관으로서 시장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경제를 성장시키고 영국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그것이 경쟁력 있는 세계 무대라는 것을 확인하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였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목전에 두고 영국 정부가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통화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거죠.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는 올해 영국 정부 부채 규모가 우리돈 293조 원 이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3번째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영국은 신흥국이 스스로를 침몰 시장으로 몰아갈 때처럼 행동한다"며 "앞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보다 떨어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경제적 도박"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실제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3.2% 급락해 1파운드당 1.09 달러로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국채도 매도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폭등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요.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처음 달러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씨티그룹은 향후 몇 달간 1.05~1.1달러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측하며 패리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영국이 파운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음 주라도 긴급회의를 열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앞서 영국 중앙은행은 영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은 적게 걷고 예산은 많이 쓰겠다는 '트러소노믹스'가 선진국 중 최악의 거시정책을 추진한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의도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요?

시장이 맞는지, 정책이 맞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스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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