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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발병 1위' 유방암 꼼짝 마 [의술, 이게 최신]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9.23 17:47
수정2023.01.14 12:36

[앵커]

최근 한 보험사에서 자사 암 보험금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보험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암이 유방암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까지 여성 기준 가장 많이 걸리던 암인 갑상선암을 제치고 최근에는 발병률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더 잘 알아야 하는 암이 됐는데, 유방암은 그 종류가 워낙 많아서 환자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병이기도 합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유방암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이광호 기자, 일단 유방암 환자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매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통계마다 약간씩 다르긴 한데, 실제 병원을 찾아서 유방암으로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을 받은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보면요.

2017년 20만 명이 조금 안 됐던 유방암 환자 수는 이듬해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매년 2만 명가량씩 늘어서 지난해에는 25만 명을 넘겼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50~54세가 5만 1천 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50대 후반, 그리고 40대 후반이 많습니다.

60대를 넘어가면 서서히 줄어들고요.

그러니까 40대 근처가 되면 본격적으로 유방암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죠.

서양인의 경우는 50대 중반부터 유방암이 점점 늘어서 나이가 들수록 발병이 늘어나는데, 우리나라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암 환자가 몰려 있는 구조로 발병 양상이 확연히 다릅니다.

[앵커]

유방암의 종류는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암의 위치에 따른 분류가 있고 세포의 변이에 따른 분류가 있는데, 좀 더 중요한 변이 쪽을 보겠습니다.

크게 3가지입니다.

여성호르몬 양성 암과 HER2 양성암, 그리고 모두 양성이 아닌 삼중음성암, 이렇게 분류되는데요.

여성호르몬 양성 암은 정식 명칭이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데, 쉽게 말해 암세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먹이로 삼으면서 커지는 종류의 암입니다.

HER2 양성암은 HER2라 부르는 특이한 변이가 있는 암이고요.

그리고 삼중음성암은 위 두 특성이 모두 없는 암을 뜻합니다.

여성호르몬 양성 암이 국내 전체 유방암의 60% 정도 되고, HER2 양성이 15%, 삼중음성이 15% 정도 됩니다.

그냥 생각하기에는 특이한 점이 없는 암이 좋은 거 아닌가 싶은데, 특이한 점이 있어야 그 점을 파고들어 암을 치료하기 쉽습니다.

[앵커]

그런데 암의 종류에 상관없이 유방암은 수술이 많은 암 아니었나요?

[기자]

10년 전 정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최근에는 여러 약들이 개발되면서 항암치료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위 3가지 암에 쓰는 치료제가 각각 다른데, 이 영역 전반에서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앵커]

그러면 먼저 여성호르몬 양성 암의 최신 치료법부터 정리해보죠.

[기자]

이 암은 여성호르몬을 먹이로 쓴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면 먹이가 되는 여성호르몬을 줄이면 암도 작아질 것 같은데, 제약사와 의사들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약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약을 투여해 보니까 그냥 항암제 대비 크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암이 너무 크거나 림프절 전이가 많지 않다면 수술을 하는 게 오래전부터 표준 치료로 자리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암이 전이가 일어난 4기에 발견됐거나 치료 후 재발한 경우에는 양상이 좀 달라집니다.

[앵커]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자]

유방암의 재발이나 전이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생존 기간을 늘리는 목적의 치료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여성호르몬 양성 암은 애초에 항암제가 잘 안 들어서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는 거거든요.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새로운 약이 몇 년 전에 등장했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서재홍 / 고대구로병원 암센터장 : 여성호르몬이 세포 (분열) 주기를 돌아가게 해 주는 거예요. 세포가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네 개가 되는 (분열을) 억제시키는 게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건데, CDK-4/6 억제제는 세포 주기가 돌아가는 것을 딱 막는 약이에요. 같이 썼더니 세포가 딱 멈춰버리는 거죠. 증식을 억제시키는 거예요. 호르몬 억제제하고 CDK-4/6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최근 3~4년 전부터 일어났습니다.]

CDK-4/6 억제제는 국내에 3가지 약이 있는데 화이자에서 지난 2016년 가장 먼저 출시한 '입랜스', 그리고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와 릴리의 '버제니오' 등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효과가 좋다면 전이되지 않은 유방암 치료도 이 약으로 하면 안 되나요?

[기자]

그렇죠.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을 했고 지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신뢰할 만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조기 유방암도 이 약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제 두 번째 종류로 넘어가죠.

HER2 양성 유방암이었죠.

이 암의 최신 치료는 뭔가요?

[기자]

앞서 특이한 점이 있는 암이면 그 특이점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 특이점을 공략하는 약이 바로 많이 들으셨을 '표적항암제'입니다.

HER2라는 특이점이 있는 암은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전이도 잘 일어나서 항암치료를 한 뒤에 빠르게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 항암치료 약으로 허셉틴이라는 약이 오랫동안 쓰였는데, 여기서도 최근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ADC라는 방식의 약이 등장한 건데요.

어떤 약인지 역시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죠.

[서재홍 / 고대구로병원 암센터장 : 허셉틴에 꼬리를 붙여서 아주 독한 항암제를 붙인 약을 개발했습니다. 이 약을 환자에게 주면 허셉틴이 암세포에 딱 달라붙게 되는데, 달라붙는 그 순간에 꼬리에 붙은 독한 약이 데구르르 굴러떨어져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요.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HER2가 있는 암세포만 가서 죽이는 약이 개발됐어요.]

지금 의사가 설명한 약은 로슈에서 개발한 '캐싸일라'라는 약이고요. 비슷한 방식이지만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이는 약도 나왔습니다.

'다이이찌산쿄'라는 일본 제약사가 8조 원 규모로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술수출하고 공동 개발한 '엔허투'라는 약입니다.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첫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도 허가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끝에 지난주 국내에서도 허가됐습니다.

최근 열린 유럽 암학회에서도 이 약의 치료 효과를 발표하는 강연장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마지막으로 여성호르몬도, HER2라는 특이성도 없는 암이 있다고 했죠.

이 유방암은 어떤가요?

[기자]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 암에는 딱 맞는 약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 암은 가장 오래된, 독한 항암제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편이라서 항암제가 많이 쓰이고 있고요.

대신 재발이 세 종류 유방암 중에 가장 많아서 예후가 가장 나쁜 암입니다.

현재는 여러 면역항암제를 기존 항암제와 함께 썼을 때 어떤 조합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약에 대해서 쭉 이야기를 해 봤는데, 수술에서는 패러다임 변화가 없나요?

[기자]

일단 치료 방식, 혹은 유행이 조금씩 바뀌는 추세입니다.

순서로 짚어 보면 예전에는 유방암에 걸리면 가슴을 전부 잘라내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그러다가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진단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가슴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가슴을 크게 절제하는 수술이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한쪽에 유방암이 생겼는데 반대쪽까지 다 자르기도 하고, 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아예 미리 가슴을 절제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도가 가능해진 건 유방암 수술을 하자마자 보형물 등을 활용해 가슴을 재건하는 성형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술은 아니지만, 수술을 마친 뒤에 외형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앵커]

수술을 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특별한 변화가 없나요?

[기자]

최근 몇 년간 여러 질병의 대형 수술 대부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로봇 수술입니다.

그런데 유방암 수술은 애초에 흉강경을 잘 쓰지도 않고 그냥 눈으로 보고 메스로 수술을 해서, 로봇 수술이 쓰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부 흉강경 수술이 도입되더니, 최근에는 로봇수술도 활발하게 이용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성원 / 대림성모병원 이사장 :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팔이 길기 때문에 상처가 유방암의 위치와는 전혀 다른 부위에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대부분 브래지어로 가려지는 겨드랑이 아래쪽에 상처를 내고 거기서 유방까지 가서 절제하는 수술을 하고 있는 거죠. 사실 환자가 느끼는 건 별로 차이가 없는데 의사가 느끼기에는 내시경적인 수술보다는 로봇수술이 훨씬 더 편안하게 많은 자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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