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중고거래 앱이 아니다? 카카오 박차고 나와 당근마켓 만든 이유 [브랜드의 탄생]
SBS Biz 류선우
입력2022.09.23 16:33
수정2022.10.17 14:33
잘 나가던 판교 직장인 둘, 중고 거래 앱을 만들다
당근마켓의 역사는 판교에서 시작합니다. 카카오에서 기획자와 개발자로 잘 나가던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었거든요.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위치에 기반한 장소 추천 서비스 일을 같이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들의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을 포착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고 거래'하면 불신이 정말 팽배하던 분야였거든요. 그런데 사내 게시판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은 신원이 어느 정도 확인된 직원들끼리 하는 데다, 직거래라는 점이 신뢰도를 높여주는 거예요. 여기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단 2주 만에 '판교장터'라는 앱을 만들어내는데요. 판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들었던 터라 회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주부들한테서 반응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빨리빨리 자라다 보니 육아용품들을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쌓아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네 주민끼리 사고팔기 딱 좋은 분야인 거죠. 판교 주부들을 중심으로 회사 메일 없이도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칩니다.
김용현·김재현 대표는 이를 반영해 가입 기준을 회사 메일이 아닌 거주지로 바꿉니다. 그렇게 판교장터를 연 지 석 달 만인 2015년 10월,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이름도 '당신 근처'의 줄임말을 따와 당근마켓으로 바꾸고요. 2018년 1월부터는 전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됩니다.
당근은 좁다 : 거래반경을 제한하라
그렇게 5년 만에 당근마켓은 월 이용자 수 1천만 명을 넘기고 7년 만인 지난 6월에는 누적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달성합니다. 기업가치는 무려 3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받고 있죠.
이 엄청난 고속 성장의 첫 번째 비책은 바로 '좁히기 전략'입니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기업을 표방합니다. '아주 좁은 특정 지역에 맞춘' 서비스를 한다는 건데요. 애초에 사람들이 판교장터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거리가 가깝고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신원이 보증된다는 데 있었잖아요. 이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근마켓은 GPS, 즉 위치 파악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위치를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최대 반경 6km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거죠. 여기에 더해 이 사람의 과거 거래 행적을 알 수 있는 '매너온도'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업자 또한 철저하게 차단하는데요.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기나 전문업자, 불건전한 글을 걸러내는 데 주력합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머신러닝 기술로 게시글을 자동 제재한 비율이 87%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근은 길다 : 압도적인 경쟁력, 체류시간
당근마켓의 또 다른 비책은 이용자 체류시간이 '길다'는데 있습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월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에 달하고요. 최근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조사에서 당근마켓이 6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쿠팡, 네이버 카페 등을 모두 제친 겁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외에도 여러 요소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데요. 동네 주민만 알 수 있는 맛집이나 치료 잘하는 병원 정보를 공유한다든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죠. 단순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가 되겠다던 당근마켓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인데요. 거래액 규모가 훨씬 큰 중고나라보다 당근마켓이 압도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익은?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당근마켓에는 적자밖에 없습니다. 2020년 영업손실 133억 원, 지난해 영업손실 352억 원으로 적자의 규모는 더 커졌는데요. 중고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다 보니 현재 당근마켓의 주요 수입원은 동네 가게에서 받는 지역 광고가 대부분입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수익을 남기지 못한 건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다 거쳐 온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제 '1가구 1당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 절반 이상이 쓰게 된 이상 흑자 전환에 대한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을 텐데요. 관건은 비즈니스 모델에 당근마켓이 가진 정체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당근마켓은 최근 들어 수익 사업을 본격화하는 분위기인데요.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프랜차이즈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죠.
파편화하는 사회에서 역으로 연결성을 추구하고 있는 당근마켓. 역사도 짧고, 그간 적자만 냈지만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인정받아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으로도 꼽혔죠.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세상 살기 각박하다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사실 우리는 가까운 이들과의 소통에 목말랐는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론 동네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당근마켓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당근마켓의 역사는 판교에서 시작합니다. 카카오에서 기획자와 개발자로 잘 나가던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었거든요.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위치에 기반한 장소 추천 서비스 일을 같이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들의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을 포착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고 거래'하면 불신이 정말 팽배하던 분야였거든요. 그런데 사내 게시판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은 신원이 어느 정도 확인된 직원들끼리 하는 데다, 직거래라는 점이 신뢰도를 높여주는 거예요. 여기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단 2주 만에 '판교장터'라는 앱을 만들어내는데요. 판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들었던 터라 회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주부들한테서 반응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빨리빨리 자라다 보니 육아용품들을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쌓아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네 주민끼리 사고팔기 딱 좋은 분야인 거죠. 판교 주부들을 중심으로 회사 메일 없이도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칩니다.
김용현·김재현 대표는 이를 반영해 가입 기준을 회사 메일이 아닌 거주지로 바꿉니다. 그렇게 판교장터를 연 지 석 달 만인 2015년 10월,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이름도 '당신 근처'의 줄임말을 따와 당근마켓으로 바꾸고요. 2018년 1월부터는 전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됩니다.
당근은 좁다 : 거래반경을 제한하라
그렇게 5년 만에 당근마켓은 월 이용자 수 1천만 명을 넘기고 7년 만인 지난 6월에는 누적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달성합니다. 기업가치는 무려 3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받고 있죠.
이 엄청난 고속 성장의 첫 번째 비책은 바로 '좁히기 전략'입니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기업을 표방합니다. '아주 좁은 특정 지역에 맞춘' 서비스를 한다는 건데요. 애초에 사람들이 판교장터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거리가 가깝고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신원이 보증된다는 데 있었잖아요. 이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근마켓은 GPS, 즉 위치 파악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위치를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최대 반경 6km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거죠. 여기에 더해 이 사람의 과거 거래 행적을 알 수 있는 '매너온도'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업자 또한 철저하게 차단하는데요.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기나 전문업자, 불건전한 글을 걸러내는 데 주력합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머신러닝 기술로 게시글을 자동 제재한 비율이 87%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근은 길다 : 압도적인 경쟁력, 체류시간
당근마켓의 또 다른 비책은 이용자 체류시간이 '길다'는데 있습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월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에 달하고요. 최근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조사에서 당근마켓이 6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쿠팡, 네이버 카페 등을 모두 제친 겁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외에도 여러 요소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데요. 동네 주민만 알 수 있는 맛집이나 치료 잘하는 병원 정보를 공유한다든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죠. 단순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가 되겠다던 당근마켓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인데요. 거래액 규모가 훨씬 큰 중고나라보다 당근마켓이 압도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익은?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당근마켓에는 적자밖에 없습니다. 2020년 영업손실 133억 원, 지난해 영업손실 352억 원으로 적자의 규모는 더 커졌는데요. 중고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다 보니 현재 당근마켓의 주요 수입원은 동네 가게에서 받는 지역 광고가 대부분입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수익을 남기지 못한 건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다 거쳐 온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제 '1가구 1당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 절반 이상이 쓰게 된 이상 흑자 전환에 대한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을 텐데요. 관건은 비즈니스 모델에 당근마켓이 가진 정체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당근마켓은 최근 들어 수익 사업을 본격화하는 분위기인데요.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프랜차이즈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죠.
파편화하는 사회에서 역으로 연결성을 추구하고 있는 당근마켓. 역사도 짧고, 그간 적자만 냈지만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인정받아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으로도 꼽혔죠.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세상 살기 각박하다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사실 우리는 가까운 이들과의 소통에 목말랐는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론 동네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당근마켓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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