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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ARM 인수 '반도체 빅딜'에 삼성-SK 연합팀 나설까?

SBS Biz 강산
입력2022.09.23 10:50
수정2022.09.23 18:0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반도체 설계업체 1위 'ARM' 인수 의지를 드러내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부회장의 첫 '빅딜'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다음 달 ARM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 회장은 "삼성과 ARM 간의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손 회장의 이날 메시지는 이 부회장의 ARM 언급 이후 반나절 만에 나왔습니다.

시장에서는 두 총수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ARM 인수전 참여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두 수장이 사업 협력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사실상 실무진 선에서의 물밑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습니다.

영국 ARM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모회사로, 미국 퀄컴과 인텔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설계 도면을 제공하는 글로벌 1위 팹리스 업체입니다.

'SK 전략통' 박정호, 올해 초 "ARM 인수 추진"

사실 삼성전자에 앞서 최근 공식석상에서 ARM 인수 의지를 드러낸 기업은 SK하이닉스입니다. 직접 신사업과 M&A를 주도하는 박정호 부회장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올해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국가의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조만간 M&A와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후보 기업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와 모기업 SK스퀘어 수장을 맡은 박 부회장은 SK그룹 '새판짜기'의 설계자로 유명합니다.

‘반도체는 안 된다’는 사내 안팎의 고정관념을 깨고 과감하게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 건 박 부회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망이 불투명했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한 것입니다. 또 박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외에도 그동안 일본 키옥시아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 왔습니다.

다만 박 부회장이 'ARM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지 반년 만에 시장의 관심은 이 부회장에게로 집중된 모습입니다.

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인수 추진 가능성 소식만큼 관심을 끈 것은 이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의 친분 관계입니다.

이재용·손정의, 20년 전부터 인연

ARM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전펀드 역시 손 회장이 이끄는 점을 감안하면 ARM 매각은 사실상 손 회장 의사에 달린 셈입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말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를 공동으로 추진할 당시 손 회장과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하는 사이로 유명합니다.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 파운드(약 35조 원)를 들여 인수했고, 2020년 재매각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2013년, 2014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 부회장과 만난 손 회장은 2019년에도 이 부회장을 찾았습니다.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경영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할 정도로 '매출 의존'이 심한 상황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ARM과 같은 반도체 설계업체 역량 강화가 1순위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독과점 문제로 '컨소시엄' 거론…SK 포함될까?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표 설계업체를 보유하면 경쟁업체 간 거래가 제한돼,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를 '안보' 차원으로 접근하는 국제적 흐름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2020년 약 55조 원에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과 영국 등 주요 당국의 반독점 규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재계에선 삼성이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인수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SK하이닉스와 인텔, 퀄컴 등이 ARM 인수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이 부회장이 올해 5월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ARM과 관련해 논의를 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옵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공동 인수에 나설 경우,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해 주도권은 삼성전자가 가져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점유율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2.8%로, 2위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9.4%입니다. SK하이닉스는 6.8%의 시장 점유율로 삼성전자, 인텔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인수 주도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 SK하이닉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삼성 입장에서는 같은 메모리반도체 국내 업체인 SK하이닉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사업 가치사슬 효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크게 이득 볼 부분이 없다"며, "손정의 회장이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관계도 고려했을 때도 인수 주도권은 삼성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뜻이 같다 보니, 이를 고려해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현금 보유량과 반도체 시장 점유율 측면을 고려한다면 공동 인수 주도권은 삼성전자가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ARM 인수 진행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6월 SK하이닉스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앞서 청주 반도체 증설 투자 계획을 잠정 보류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까지 불투명해진 가운데, 박 부회장의 반도체 사업의 중장기적 투자와 M&A 계획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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