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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듯한 속쓰림" 역류성식도염, 최신 치료법은?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9.02 17:49
수정2023.01.15 14:56

식사를 하고 나면 몇 시간은 꼿꼿하게 앉아 불안하게 마음을 졸이고, 자다가 속이 쓰려 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 걸린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걸린 사람들은 삶의 질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위식도역류질환, 혹은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신약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기대감도 큰 상황인데요. 이 신약은 과연 얼마나 좋은 걸까요. 그리고 한계는 없을까요?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오늘(2일)도 이광호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많은가요? 
많은 편이고, 매년 늘어나는 중입니다. 
 

다만 처방 없이 그냥 약국에서 일반약을 사드시는 경우는 환자로 집계가 안 되니 빼고, 병원까지 찾아간 사람들만 집계해도 지난해 480만 명을 넘겼습니다. 

인구의 대략 10%가 앓고 있는 병인 겁니다. 

그런데 이 병에 걸리지 않은 분들 입장에선 위산이 조금 역류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심각한가 싶은 생각도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렇죠. 큰 병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 질환이 심해질 경우에는 간이 있는 음식, 심지어 김치도 먹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요.

가만히 서 있다가 세수하려고 몸만 숙여도 증세를 느끼기도 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앉아서 자야 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이 환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삶의 질 척도를 분석한 해외 연구들이 있는데, 심근경색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 병이 식도암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들으신 분들 많으실 텐데 이건 서양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으로는 약간 과장된 공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약 이야기로 들어가서, 기존 약은 PPI라고 부르고, 신약은 피캡(P-CAB)이라고 하더라고요. 둘은 어떤 약인가요? 
우선 기존에 쓰던 PPI는 20년 가까이 사용된 약인데요.

의학적 이야기는 좀 어려우니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우리 위에서 위산을 뿜는 구멍을 막는 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P-CAB 역시 약의 전반적인 작동 원리는 PPI와 똑같습니다. 

다만 PPI가 1번 문을 막는다면 P-CAB은 2번 문을 막는 식으로 서로 막는 문이 다른 약입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두 약은 거의 비슷한 약 아닌가요? 
효능면에서는 맞습니다. 

P-CAB 신약들은 허가받을 당시 PPI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어요.

뒤집어 말하면 효능이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효능은 비슷하지만 편의성과 지속력에선 큰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PPI는 위산이 일단 나와야 약효가 작동하는 방식의 약입니다. 

그래서 위산을 내기 위해 약을 먹은 직후에 밥을 먹어야 하고, 약효가 도는 시간도 좀 걸립니다. 

또, 약효의 지속 시간도 짧은 편이라서 밤에 위산이 다시 역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P-CAB계열 약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얘기만 들으면 무조건 P-CAB을 써야 할 것 같은데 PPI도 나름의 대응으로 진화가 이뤄졌습니다. 

의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도훈 /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시장에서도 보통 약제가 발현되면 쭉 (성분의) 그래프가 올라갔다가 점점 떨어지는데 약물 전달 방출 기술을 개발해서 떨어질 때 한 번 더 방출되는 이중방출제형을 쓴다거나, PPI 약제하고 제산제를 같이 복합을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제산제가 위에서 풀어지면서 중성환경을 만들어서 환자 증상을 빨리 해결해주고 그 중성환경 때문에 PPI가 작용을 빨리 할 수 있는 (겁니다.)] 

전반적인 구도가 비슷한 효능 속에서 P-CAB이 더 편리한 약이고 PPI가 그걸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P-CAB이 갖고 있는 한계는 없나요? 
있습니다. 
 

아직 P-CAB 약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돼서 치료 범위도 그렇고 약의 용량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좀 부족합니다. 

위식도역류질환 약은 오래 먹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 신약들은 10년 넘게 복용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데이터가 전혀 없습니다. 

이 데이터 부분이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불안 요소 중에 하나였습니다. 

부작용 문제는 어떤가요? 
효능도 부작용도 P-CAB은 PPI와 거의 같습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둘러싸고 골다공증이나 치매, 신장질환, 그리고 위암까지 여러 부작용이 추정되고는 있지만 입증된 건 없고, 완전히 입증된 부작용은 장염 하나입니다. 

위산의 배출이 억제되다 보니까 위산이 녹여 없애줘야 할 병균이 살아서 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데, 이 때문에 약을 끊으시는 분도 적지 않거든요.

신약도 이 부분을 해소해주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P-CAB 신약은 국내에서 특히 내놓은 회사들이 많아서 관심이 크잖아요? 
HK이노엔이라는 회사가 2019년에, 대웅제약이 지난 7월에 약을 내놨죠. 둘 다 P-CAB 계열이라는 점은 똑같은데, 약 성분 화학식의 끝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이 차이가 장기적으로 환자의 몸에 어떻게 다르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두 약을 상호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하거나 장기적으로 약을 쓰면서 관찰을 해 봐야 하는데 둘 모두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두 약 중에 뭐가 좋은지도 알 수 없다는 거네요? 
그 점 때문에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이 뛰어넘어야 할 산이 좀 더 많습니다. 

치료 범위는 먼저 출시된 HK이노엔의 약이 더 넓은 데다가 3년여간 쌓인 처방 데이터가 있으니 의사들이 좀 더 쉽게 선택하게 되거든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40㎎과 10㎎, 두 용량만 출시된 반면에 이노엔의 케이캡은 25㎎과 50㎎ 두 용량에 더해 구강붕해정이라는 제형으로도 출시됐습니다.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도 입에서 녹여먹을 수 있는 약입니다. 

마지막으로, 약이 잘 안 듣거나 약을 끊었더니 바로 병이 재발해서 약을 쓰기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수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결국 헐거워진 식도로 위산이 역류하는 병이거든요.

그래서 복강경으로 식도를 좀 조여 줘서 그 구멍을 좁히는 수술이 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환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식도가 예민해서 역류를 특별히 잘 느끼는 역류성식도염도 있는데, 이런 경우가 아니라 정말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근육이 헐거워진 경우에 가능합니다. 

여기서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내시경으로 같은 효과를 노리는 시술 일부도 최근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내시경 치료와 관련해서 의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조유경 /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복강경으로 하는 것이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내시경 치료기기를 이용해서 내시경적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시술이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식도접합부에 무엇을 주입해서 거길 강화하는 치료도 있고, 내시경 치료기기를 이용해서 수술과 똑같은 항역류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고주파열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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