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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차의 대명사, 벤츠는 언제까지 '성공'의 상징일 수 있을까 [브랜드의 탄생]

SBS Biz 류선우
입력2022.09.02 13:20
수정2022.10.04 13:52


'말 없는 마차'의 등장, 현대식 자동차의 시작
1885년 독일에서 말 없는 마차, 휘발유 자동차가 처음 탄생했습니다. 칼 벤츠가 만든 이 자동차는 바퀴는 세 개에 속력은 1마력도 되지 않았지만, 1886년 1월 독일 특허청에 특허번호 37435로 등록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서막을 올립니다.


 

하지만 칼 벤츠의 자동차는 시장에서 바로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말을 몰고 다닐 필요도 없는 데다 증기 자동차처럼 무겁게 보일러를 끓일 필요도 없는데 이 낯선 물체에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거든요. 당시 사람들에게 이 발명품은 무섭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껏 열심히 발명도 하고 특허까지 내놓고 왜 써야 하는지 시장에 설득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카를의 아내가 나섭니다. 1888년 8월, 베르타 벤츠는 남편에게 따로 말하지 않고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집 한구석에 박혀있던 자동차를 끌고 나옵니다. 그리고 벤츠의 회사가 있던 만하임에서 친정이 있는 포르츠하임까지 출발합니다. 차가 없을 때니 당연히 주유소도 없었는데요. 연료가 떨어지면 약국에 가서 구하고, 브레이크가 닳으면 구둣방에서 가죽을 빌려와 직접 다듬어가면서 긴 여정을 마칩니다. 장장 12시간에 걸쳐서 1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최초의 장거리 주행이었습니다. 이 주행을 직접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어제의 적이 동료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탄생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하던 당시 내연기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이 또 있었습니다. 고틀립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입니다. 가스 엔진 회사에서 일하던 둘은 함께 회사를 나와, 최초의 모터사이클을 만듭니다. 모터사이클을 만든 이후에는 DMG라는 회사까지 만들어 자동차 산업을 시작했죠. 벤츠보다 특허가 늦어 최초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DMG는 인기 있는 자동차 회사로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새로운 탈 것에 푹 빠진 유명 사업가 에밀 옐리넥은 다임러에게 자동차의 주 소비층인 상류층의 취향을 반영한 고급 차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이에 DMG는 마이바흐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옐리넥은 그 차에 본인 딸의 이름 '메르세데스'를 붙입니다. 고급 자동차 모델과 우아함을 뜻하는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이 잘 맞아서 DMG의 차는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벤츠와 DMG는 서로 경쟁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1차 대전 이후 힘을 합쳐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데요. 무기를 만들던 회사들이 전쟁이 끝난 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여기에 미국 자동차 회사들까지 독일로 넘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포드 등 대량 생산을 무기로 내세운 회사들에 밀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숙명의 라이벌이던 벤츠와 DMG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 1924년, 제한적 협력을 시작합니다. 이때 메르세데스와 벤츠를 합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게 되는데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시작입니다. 이후 두 회사는 완전히 합병하기로 하며 1926년 6월에 다임러-벤츠라는 이름의 새 회사가 탄생합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암울하던 독일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벤츠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고유한 가치로 내세웁니다. 비행기 엔진에 사용하는 슈퍼차저 기술을 자동차에 사용하는가 하면, 성능과 연비를 둘 다 잡는 디젤 자동차를 최초로 만들기도 했는데요. 1930년대 중반부터는 안전만을 연구하는 전담부서를 따로 두고 안전 장비 개발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 충돌 테스트도 벤츠가 가장 먼저 시작했고요. 사고가 나면 차 앞쪽이 잘 구겨지게 만들어서 운전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크럼플 존 구조도 벤츠가 처음 시작한 기술입니다. 여기에 '안전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엔지니어 벨라 바레니를 영입하며 안전벨트, 에어백, ABS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매진했습니다.

히틀러가 사랑한 벤츠, '전범 기업'이라는 흑역사
하지만 벤츠에는 부끄러운 과거도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정권 비호 아래 비약적으로 컸다는 건데요.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는 자동차를 매우 사랑했는데 그중에서도 벤츠를 정말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는 행진할 때도 벤츠를 애용하는가 하면, 전차나 트럭 등 엔진이 사용되는 물자는 모두 벤츠에 생산하게 했습니다. 물론, 생산에는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투입됐고요.
 

전쟁 이후 벤츠가 수만 명을 강제노역시켜 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는데, 처음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고 금전적 배상은 불가하다"라고 했다가 집단 소송과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벤츠는 사과와 배상에 나섭니다. 지금은 박물관에 강제 동원을 확인하는 문서와 사고일지를 전시하며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내연차 시대의 종말과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벤츠는 현재 130여 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내연차 시대의 종말과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벤츠를 포함해 내연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왕좌를 지켜온 업체들이 그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내연차 시장에선 업계 선두 주자로서 압도적인 기술력의 차이, 또 그에 따른 견고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했지만 후발주자로 뛰어든 전동화 시장에서 과연 그만한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건데요. 실제 그동안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거머쥐었던 벤츠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벤츠는 이에 대응해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분야에 400억 유로를 투입하고, 전체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전기차 시장 재편이 끝났을 때 과연 벤츠가 여전히 현재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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