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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택시대란' 이어 '대리대첩'…바람 잘날 없는 모빌리티

SBS Biz 서주연
입력2022.09.01 17:56
수정2022.09.02 15:39

'택시 대란'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이제 '대리 대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대리운전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기존 업계와 대기업 모두 불만이 커지면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존 대리운전업계는 당초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지정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점이 생겼고, 이것을 이용한 대기업이 편법으로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소 대리 업체들은 대기업이 생태계에 침범했고, 그 빌미는 공정위가 제공했다며 원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해당 대기업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동반위는 한발 물러서 핵심 쟁점을 재 검토할 예정입니다.

대리운전 업계 "토끼와 호랑이를 한 우리에 넣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전국 대리운전업체는 3천여 개. 대리운전기사만 16만여 명. 시장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은 이 업종에 새로 들어오지도 기존 사업도 확장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이 대리운전 중개시스템 1위인 로지시스템을 인수해 영업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발생했습니다.

중소 대리운전업계는 SK가 교묘한 방법으로 대기업의 사업확장이 제한된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총 연합회는 지난 23일부터 SK그룹 본사앞에서 점심시간 대 게릴라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고, 어제(1일)는 소상공인연합회 등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 이상이 집결해 규탄대회를 벌였는데요.

그제(31일)는 최태원 SK회장에게 손편지를 보내 "티맵과의 갈등을 중재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기존업계는 당초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면서 보호대상을 '유선콜' 업체로만 한정한 것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배차 중개 시스템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대리운전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기계적인 판단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이 때문에 기존 유선콜 업체들은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로지의 배차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궁극적으로 티맵에게 고객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업체들은 최근 티맵이 고객사인 기존 유선콜 업체들이 계속 반발할 경우 로지의 배차시스템 이용을 못하게 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티맵 모빌리티 "절차상 전혀 문제 없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확장 철회와 SK 본사의 중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맵은 "동반위에서 로지 인수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확인 받았으며,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운영이 테스트 단계라며, 이 자체가 동반성장위 권고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KB 국민은행으로부터 투자 받은 2천억원 가운데 일부를 플랫폼 종사자 상생안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뿔난 기존 대리업계 달래기에도 나섰습니다. 

이처럼 티맵이 대리운전 서비스에 사활을 거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행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성적표는 매우 초라한데요.

티맵 대리는 카카오모빌리티 대리에 비해 점유율이 매우 미미합니다.

독보적인 앱 1위(대리앱 시장 90% 점유) 사업자인 카카오의 전체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은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후발주자인 티맵 점유율은 1%도 채 안되는 실정입니다.

티맵 측은 "전화 대리업체의 콜 일부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콜업체, 기사 모두 수익을 내는 쪽으로 모색 중"이라면서 "부르면 바로 잡히는대리운전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점유율 1%대 미만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낸 티맵이 로지 인수로 카카오 점유율 뺏기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동반위 "'콜 연동' 추가 판단 할 것"…티맵 사업 제동 가능성?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제공=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동반위는 "우리는 기업 인수에 대해 관여 하지 않는다. 다만 중기적합업종에는 '유선콜' 업체만 해당되기 때문에 티맵이 로지소프트를 인수하는 과정에 대해 맞다 틀리다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 라고 말했는데요.

"동반위에서 로지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 받았다"라는 티맵의 입장과는 아주 미묘하게 온도차가 있습니다.

결국 동반위는 추석이후 회의를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핵심 논의 사항은 '콜 연동' 허용 유무.

로지의 배차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유선콜 업체, 그러니까 업계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콜을 티맵과 '연동'해 '공유' 하겠다는 티맵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티맵은 이 '콜 연동'을 위해 로지를 인수했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현재 대리운전 시장의 80% 가량은 기존 유선콜 업체가 가지고 있고, 나머지 20% 가운데 90%를 카카로 대리가, 그리고 나머지 10%를 기존 유선콜 업체의 어플 서비스와 티맵 대리가 나눠갖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전체 대리 시장에서 현재 티맵 대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콜 연동'이 되면 기존 유선콜 업체가 로지 시스템을 이용할때 잡히지 않는 콜을 모두 티맵이 가져갈 수 있게 되는데요. 한번에 시장 판도를 바꿀수 있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유선콜의 평균 배차율은 70% 미만이기 때문에 최소 30% 미 배차 콜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콜 연동' 이 제한될 경우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반위의 사업확장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대리운전 업계에 뛰어든 티맵이 '콜 연동' 제한 조치가 내려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입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추가 상생안 정도를 내놓고 사업은 강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동반위의 조치는 권고 사항이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547억원을 들여 인수한 로지소프트를 활용하려면 반드시 '콜 연동'을 해야하는 티맵과 '콜 연동'은 적합업종 침해라 안된다는 기존 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추석 이후 나올 동반위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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