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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박정희 '긴급조치 9호' 불법 행위…국가 배상해야"

SBS Biz 조슬기
입력2022.08.30 14:53
수정2022.08.30 21:19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입장한 김재형 대법관(사진=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일 뿐만 아니라 민사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당시 체포·처벌·구금된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30일) 원고 71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적용·집행에 관한 국가작용 및 이에 관여한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은 법치국가 원리에 반해 유신헌법 제8조가 정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평가된다"면서 "그렇다면 개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 현실화된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고는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긴급조치 9호)로 희생된 피해자들입니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습니다.    

이후 원고 등은 2013년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2015년 5월 1심은 1년 넘게 심리한 끝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이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 때문입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뒤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과거에 행해진 국가 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사법적인 구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경됐습니다.

내달 4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이 판결이 우리 사회가 긴급조치 9호로 발생한 불행한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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