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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궁금해] 통신사가 '탈통신'을 외치는 까닭? '우영우'에 답 있다

SBS Biz 조슬기
입력2022.08.19 16:55
수정2022.09.16 09:33

최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잘 보셨나요? 편견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매회 큰 감동을 안겼죠. 이러한 신드롬급 인기를 끈 '우영우' 때문에 함박웃음을 지은 기업이 있습니다. 통신사 KT인데요. '우영우'가 KT 콘텐츠 사업의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KT는 '우영우'의 성공을 발판삼아 상반기 누적 매출 12조59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고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도 뚫었습니다. 

그런데 통신사와 드라마가 무슨 상관? "통신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 핵심은 바로 '탈~통신'!! 이번 주에는 본업인 통신 말고 다른 사업에 뛰어든 통신사들의 행보에 대해 짚어볼까 합니다. 통신사들의 이유 있는 외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또 이들의 본업인 통신업은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떠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탈통신'의 이유와 방향을 탈탈 털어드리겠습니다.

통신 3사 '탈통신' 전력투구 
본업 이익창출 한계 명확…선택 아닌 필수

사실 탈통신이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통신사들이 탈통신에 주력하는 이유는 통신업을 통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자체가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신업 자체가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보니 은행업처럼 인허가부터 각 서비스 단계마다 규제를 많이 받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독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됩니다.


주파수 경매 과정이나 각종 통신비 인하 정책 등만 보더라도 통신사 입장에서 볼 때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기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통신사 영업이익률은 10에서 20%인데 반해 국내 통신 3사 영업이익률은 7% 수준에 그쳤습니다. 자연스럽게 통신업 외에 다른 비즈니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를 만들어 각종 신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죠.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 전환을 선언하고 인공지능 AI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콘텐츠 사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됩니다. LG유플러스도 앞선 두 회사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신사 영업이익 구조
= ARPU × 이용자수 - 각종 비용 (설비투자+주파수 경매비+마케팅 비용 등)
5G 등장으로 ARPU 반전 도모 

그렇다면 통신사들은 이제 본업에서 수익을 내기 더는 어려워진 걸까요? 일단 수익 구조부터 볼게요. 우리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나서 그 이용료가 통신사에 어떻게 흘러가는지부터 보자고요. 보통 통신사 대리점에서 요금제를 정한 후 할부로 휴대폰을 구매하죠. 그리고 사용 기간에 매월 약정한 통신 요금을 각 통신사에 냅니다. 그러니까 통신사의 주요 매출은 휴대폰 제조사를 대신해 휴대폰을 판매하고, 고객에게 데이터나 통화 요금을 받는 데서 나온다고 이해하면 되는 겁니다. 통신사들이 데이터 사용이나 통화가 가능하도록 통신망, 네트워크를 깔아놓고 이용료를 회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입니다. 요약해 보면 최초에 통신망 설치, 그 다음이 가입자 확보, 고객의 정기적 요금 지불을 통한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이익 방정식이 만들어지는 거죠.  

통신사들은 이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네트워크 속도를 높이거나  데이터 제공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이익의 폭을 그동안 조절해 온 셈이죠. 물론 이익이 과도하면 정부 규제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이익의 폭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Average Revenue Per User, 줄여서 ARPU라고 많이 부르는데요. 직역하면 사용자당 평균 이용요금입니다. 이통사 무선 서비스 매출액을 가입자 수로 나누어 산출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질'이 얼마나 좋은 지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통신사에 비싼 요금제 많이 쓰는 이용자가 얼마나 많이 있냐는 거죠. 통신사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보통 증권가에서는 이 ARPU와 통신사의 주가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아울러 통신사의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도 쓰고 있고요. 

과거 통신사들은 ARPU를 기술적으로 늘리기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Long Term Evolution, 줄여서 LTE라고 많이 부르죠. 4G라고 많이 불렀던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물론 지금도 쓰고 있고요. 과거 2G, 3G 기술을 넘어 4G로 넘어오던 시기가 스마트폰의 등장과 맞물린 2010년 전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유튜브로 영상을 안 끊기고 볼 정도로 기술적으로 통신 속도가 궤도에 올라온 시점이죠. 이 당시 통신사들의 ARPU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당연히 수익성도 좋았겠죠. 이후 통신비 인하 정책 등으로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도 하지만 5G 기술이 이후 새로 등장해요. 당연히 LTE보다 속도가 빠르겠죠. 

기술적으로도 5G는 기존 주파수 대역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4G보다 2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자랑합니다. 이는 데이터 사용의 전반적인 상승을 불러옵니다. 결과적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쓰는 셈이니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고요.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 요금이 더 비싸지는 결과로 이어졌죠. 5G 요금제가 대체로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G 보급률이 25% 정도 된다고 하니 전체 휴대폰 이용자의 4분의 1은 전보다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다. 5G 도입된 지 몇 년이 흘렀고 휴대폰 교체 주기도 점차 돌아오면서 5G 보급률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통신사들 ARPU도 개선되겠죠. 

그러나 통신업이 본질적으로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통신비 인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있습니다. 5G 요금제가 비싸니까 중간요금제를 내놓으라며 압박하는 게 단적인 예로 꼽히는데요. 이처럼 통신사들은 이익을 더 내고 싶어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이용자를 늘리고 싶어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의 한계가 있죠. 가입자를 서로 뺏고 뺏는 구조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여기 있는 겁니다. 그럼 '해외로 진출해 사업을 하면 될 거 아냐' 이런 말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통신업이 기본적으로 국가 기간산업이라 다른 나라도 쉽게 허용하지 않아요. 

과도한 마케팅 비용, 탈통신 가속화 행보 원인 
보조금 못 주게 하는 '단통법'…이통사 뜻밖의 호재


통신사가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 때문인데요. 이익을 더 많이 내도 모자랄 판에 한정된 인구 속에서 고객 수를 늘리려면 결국 뺏고 뺏는 수밖에 없어섭니다. 이를 위해 마케팅은 필수란 뜻인데요. 핸드폰 새로 바꿀 때 이런저런 혜택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실제 통신사 마케팅 비용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출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마케팅비를 쓰지 않으면 고객 유치가 쉽지 않아 선데요. 통신사를 옮기는 소비자에게는 많은 보조금과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통신사는 안 바꾸고 폰만 바꾸는 기변만 하는 고객들에겐 이보다 덜 주는 마케팅 형태를 유지하고 있죠. 그렇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방식은 굉장히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굉장히 많고요. '제 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통신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도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부담을 낮춘 계기가 된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많이 들어보셨던 단통법입니다. 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누구는 핸드폰을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문제를 막기 위해 보조금 상한제를 둔 법으로 당시 '호갱 방지법'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그러나 보조금에 상한이 생기면서 통신사들은 오히려 보조금을 줄여버렸고 마케팅비를 절감하게 됐습니다. 당시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절감 폭이 요금제 수익 하락폭보다 커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정도였다고 하니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단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반면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매 가격 부담이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소비자를 웃게 하려고 만든 법이 통신사들을 웃게 만든 상황이 됐죠. 그럼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부담이 단통법 시행으로 낮아졌냐 따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5G 시대에 접어든 지금도 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 외에도 불법 보조금을 지원해가며 가입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죠. 최근에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통한 이용자 혜택 차별화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물론 과거와 같은 과도한 마케팅 출혈 경쟁은 수그러들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IPTV 
통신사 효자 수익원 부상
 

앞서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려운 여건, 뺏고 뺏는 가입자 유치, 이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까지 통신사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하기 어려운 배경들을 짚어봤죠? 통신사들의 답답한 숨통을 틔워준 분야가 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TV로 부르는 IPTV입니다. IPTV는 실시간 방송만을 볼 수 있었던 TV에서 벗어나 VOD와 인터넷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셋톱박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IPTV는 통신기술 발전과 마찬가지로 각종 영상 콘텐츠를 HDTV로 제공해야 해서 높은 해상도 구현이 가능해야 이용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영상 용량도 커지고 속도도 빨라 막대한 양의 데이터 트래픽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처리를 감당 가능한 건 통신사가 구축한 통신망만이 감당할 수 있죠. IPTV도 요금제 방식으로 통신사들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핸드폰 이용요금과 묶어 패키지 형식으로 판매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가정 내 2개 이상의 셋톱박스를 두거나 숙박업소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밖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역시 IPTV와 함께 패키지 형태로 통신사들은 묶어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통신 3사 외 SO라고 부르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이 시장의 10% 정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지역 케이블사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 역시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망을 깔고 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로 하여금 사용 대가를 수취하는 구조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비스 제공에 앞서 대규모 통신망 구축이 필수인 장치 사업 성격도 있죠.

통신사들이 아무리 이익의 폭을 늘리고 싶다고 해도 사업을 확장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뜻입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려면, 통신업을 넘어서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거죠. 통신사들의 탈통신에 매달리는 것은 단순 비즈니스 확장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셈입니다.

'탈통신'에서 미래 모색하는 통신사들
새먹거리 '콘텐츠사업' 찜…유무선 통신과 구독 시너지 

통신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른 시점에서 통신 3사는 비통신 사업 비중을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그 중 콘텐츠 사업은 성장이 정체된 통신업의 대안으로 통신 3사가 모두 뛰어든 분야인데요. 잘 갖춰진 통신망에 콘텐츠를 얹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기존 통신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다시 말해, 콘텐츠를 통해 통신망에 소비자를 붙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통신 3사 모두 IPTV에서 확인한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잠재력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 먹거리로 키운다는 복안을 갖고 저마다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KT가 이번 '우영우' 신드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긴 했지만,  KT는 이미 '나는 솔로', '애로부부', '강철부대' 등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흥행작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KT의 자체 OTT '시즌'을 CJ ENM의 '티빙'과 합병시키기로 결정하고 콘텐츠 유통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스토리위즈·지니뮤직·밀리의 서재 등 자회사를 아래에 둔 형태로 개편을 끝마치고 탈통신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토종 OTT 웨이브를 보유한 이동통신 사업자 1위 SK텔레콤도 마찬가집니다. 막강한 영업력과 탄탄한 지상파 3사의 드라마·예능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토종 1위 플랫폼 지위를 굳건히 지키며 SK텔레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딘 행보를 보였던 LG유플러스도 강점을 가진 키즈 콘텐츠를 육성하는 쪽으로 최근 방향을 틀었습니다. 내부 IPTV 사업 조직인 '아이들나라'를 분사해 OTT 신설법인으로 출범시킬 것이란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중심으로 급변한 터라 탈통신 전략의 일환으로 콘텐츠를 '픽'한 건 현명한 결정입니다. 통신사들은 이밖에도 가상 공간에서 업무·여가·문화 생활까지 가능한 메타버스, 통신 데이터 관리와 활용 기술을 활용한 AI, 로봇, 디지털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탈통신 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비즈니스는 앞서 말씀드린 통신업이 갖고 있는 사업 규제에서 자유롭고 자체적으로 보유한 경쟁력을 활용해 사업 확장도 용이해 대세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큽니다. 과점 체제가 공고히 구축되어 있어 어찌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통신업이 갖고 있던 고유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고 성장해 나가고 있단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궁금해궁금해 이번 시간에는 통신사들이 갖고 있는 사업 경쟁력이 대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봤고요. 탈통신을 줄기차게 외치며 미래를 모색하는 통신사들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의 행보도 짚어봤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재밌는 아이템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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