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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반기 ‘인뱅’ 중금리 대출 4조 원 나갔다…‘막내’ 토뱅이 가장 열심히

SBS Biz 권준수
입력2022.08.17 12:13
수정2022.08.17 16:38

인터넷 은행에서 올해 들어 중금리 대출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가 흔히 찾는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보다 금리가 낮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금융감독원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중금리 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 상반기만 4조 17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터넷 은행들이 공급한 중금리 대출액 약 2조 5천억 원보다 60% 이상 크게 늘어난 수준입니다.
 

홍 의원은 "(이번 상반기가) 저신용자의 경우 중금리 시장 대신에 높은 고금리 시장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올라가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금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운 시대적인 여건이 있는 시장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한 중금리 대출 시장이 늘어난 것은 우리 금융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신호이고 앞으로 더 많이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막내' 토스뱅크 많이 컸네…중금리 대출 공급액 '1위'
특히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토스뱅크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인터넷 은행 '막내' 토스뱅크의 상반기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1조 6,322억 원으로 인터넷 은행 3사 중 가장 많았습니다. '맏형' 카카오뱅크가 1조 3,362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케이뱅크는 1조 49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금리 수준은 일반 신용대출 기준으로 토스뱅크의 평균 금리가 8.5%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카카오뱅크가 7.7%, 케이뱅크 7.3% 순이었습니다.

이는 토스뱅크가 취급한 중저신용자의 평균 신용점수가 710점대로 다른 인터넷 은행들보다 20점 이상 낮았기 때문입니다.
 

토스뱅크의 대출 성장세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중금리 대출을 떠나 가계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말 5천억 원 수준에 머물던 잔액이 올해 3조 6천억 원까지 7배나 불었습니다.

케이뱅크도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약 1조 원 늘었습니다. 실적도 1년 전 적자를 내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457억 원으로 개선됐습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처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신용대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천만명의 고객 수를 바탕으로 여전히 여신 규모는 가장 컸지만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조 2천억 원 넘게 줄었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상 '마통 이자' 제일 비싼 곳은 카카오뱅크
차주의 신용점수와 비교했을 때 중금리 대출 실질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곳은 카카오뱅크였습니다.

중금리 대출 중 마이너스 통장을 살펴보니 카카오뱅크의 금리가 6.6%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케이뱅크가 6.4%, 토스뱅크가 6% 순이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평균 신용점수대가 다른 인터넷 은행들보다 더 높았지만 이자는 오히려 더 비싸게 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중신용 비상금 대출을 제외한 다른 (마이너스 통장) 상품은 올해 신규 판매를 하고 있지 않아 금리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이자 수준이 높다보니 현재까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실적도 가장 뒤쳐진 모습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전체의 25%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상반기까지 22.2%에 머물렀습니다.

똑같이 25%가 목표인 케이뱅크는 24%까지 채워 이미 목표치에 근접했습니다. 케이뱅크는 올해 목표치 달성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저신용자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했기 때문에 연말까지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42%라는 도전적인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세웠습니다. 현재까지 목표치에는 못 미치는 36.3%를 채웠지만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평가모형에 타사보다 경쟁력이 있어 절대적 수치로 본 공급액이 많다고 판단한다"면서 "앞으로도 중금리 시장은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빠른 비대면 대출로 인터넷 은행 여신 부문 성장
인터넷 은행의 올해 상반기 전체 대출 잔액은 39조 7,463억 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조 3천억원 늘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홍 의원은 "인터넷 은행은 어찌 됐건 대출의 용이성이라는 측면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금리는 어느 정도 자기 신용이 있는 분들"이라며 "이 시장이 더 많이 발전해가서 금융의 허리가 두터워지는 그런 상황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금리 대출은 금리 인상기에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시장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금융권에서는 거의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한 두 자릿수 금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인터넷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싼 금리로 빠르게 대출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반기 중금리 대출 상한선 조정…"금리상승에 대출 위축되지 않도록" 

금융당국도 하반기 중금리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민간중금리 대출 금리요건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중금리로 인정해주는 금리상한을 하반기부터 조정하는데 ▲은행은 6.5%에서 6.79%로 ▲상호금융은 8.5%에서 9.01% ▲카드는 11%에서 11.29% ▲캐피탈은 14%에서 14.45% ▲저축은행은 16%에서 16.3%로 조정됩니다.

중금리 대출 실적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을 거니까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꾸준히 공급하라는 주문입니다.

한국은행은 다음 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권을 괴롭혔다면 올해는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며 차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은행 출범 명분이었던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이번 금리인상기에 기대를 충족시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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