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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기록 있으면 가입 안 된다고?"…여전한 '보험 차별'

SBS Biz 류정현
입력2022.08.11 15:44
수정2022.08.12 15:27


지난 2020년 10월 A씨는 보험 가입 상담을 받던 중 8개월 전부터 가벼운 우울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상담원은 A씨가 약물을 복용 중이기 때문에 실손의료보험과 암보험 모두 현재로서는 가입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가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정신과 진단 이력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한 정신 정신과 진료 기록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정신 질환의 중증도 등을 기준으로 정교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처음부터 반복되는 "안 된다"…따져 물으면 "몇 년 지나야 심사 가능"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각각 3곳의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수많은 자동음성 안내를 지나 상담사와 연결된 후 정신과 진단 이력을 갖고 있는데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상담사와 연결된 모든 보험사에서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한 보험사는 정신과 진단 이력이 있을 경우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예 없다고 전했습니다. 완치가 됐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유병자 실비보험도 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보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자 수술비나 진단금 등의 상담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묻던 상담원은 정신과 진단 이력이 있다고 언급하자 곧바로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치료 이후 몇 년이 흘러야 한다는 기준조차 없는 건지 물었습니다. 그제야 "5년이 넘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상담은 이내 종료됐습니다.

국가인권위 "우울증 환자 가입 거부는 차별"…정신질환 중증도 고려해야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건 차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A씨에 대해 보험사에 보험 가입을 다시 심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인권위는 우울증을 이유로 향후 위험률을 의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음에도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보험사들이 진정인의 우울증 정도와 건강 상태, 사회생활과 직업생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권익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정신과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은 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며 "정신과 외의 진료과목에서도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 거절 기준이 일관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정신 질환이 아닌 일부 질환의 경우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 상품이 존재합니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는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약물치료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면 '유병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정신질환의 경우 완전히 치료된 후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러야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의료 전문가들도 정신 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는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소위 말하는 F코드가 붙으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거부를 하는 보험사가 존재한다"며 "그러다 보니 환자 중에서는 치료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성별·학력·장애 등을 이유로 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아야 합니다.

보험사들이 정신질환자의 가입을 무작정 거부할 게 아니라 정교한 심사 체계를 만들어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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