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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팔달] ‘서민정 체제’ 서두르다 탈났다? 아모레 인사 후폭풍

SBS Biz 박규준
입력2022.08.10 14:22
수정2022.08.10 18:00

[앵커]

이번 주 유통팔달 시간에 다룰 기업은 국내 화장품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입니다. 

요즘 이 화장품 회사가 때아닌 인사 논란으로 꽤나 시끄럽다고 합니다.

최근 임원과 팀장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1970년대 초중반 팀장 수십 명이 보직에서 해임되고 팀원으로 강등됐습니다. 

뭐 딱히 일을 못해서도 아닙니다. 

여기에 계열사 대표들도 40대 초반의 젊은 인사들로 대폭 교체했다고 합니다. 

인사폭이 클수록 으레 뒷말이 많이 나오는 게 회사 생활이죠.

일각에선 현재 삼십대 초반인 '오너 3세' 시대를 서둘러 준비하느라 과도한 물갈이 인사를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유통업계 출입하고 있는 박규준 기자와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인사 내용부터 다시 짚어볼까요?

[기자]

네, 아모레퍼시픽은 팀장과 임원 인사를 이번 달 1일부로 단행했습니다.

팀장 인사부터 보면 70년대 초중반이 주축인 팀장들 20여 명이 보직 해임돼 팀원으로 내려왔고, 그 자리에 80년대생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룹 계열사 대표들 연령대도 젊어졌습니다.

이니스프리에는 최민정 대표가 에스쁘아에는 이연정 대표, 코스비전엔 유승철 대표가 새로 선임됐는데, 이들 모두 70년대생입니다.

[앵커]

일단 외견상으로는 세대교체 인사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인사 이후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많다고요? 

[기자]

네, 회사 내부 관계자는 "18~20년 차 이상 분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많고, 해임된 팀장들은 영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당사자들은 회사에 충성한 대가가 보직해임이냐는 불만을 제기합니다.

해임된 팀장들은 인사의 불공정성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 일부는 인사 고과보다는 나이만을 기준으로 1980년생들에게 밀려났다고 주장합니다.

또 일부 부서에는 해임된 팀장이 팀원으로 내려오고, 데리고 있던 팀원이 새 팀장이 돼 같이 일하는 경우도 있는 걸로 파악됐는데요.

밀려난 일부 팀장들은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거냐며 강력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저연차와 경력직을 중심으론 이번 인사 개편을 반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이번 인사가 '오너 3세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 같던데, 왜 그런 거죠?

[기자]

네, 아모레퍼시픽의 유력한 후계자는 서경배 회장의 큰 딸인 오너 3세 서민정 씨인데요.

1991년생인 서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서민정 담당 사단으로 팀장과 계열사 대표들을 교체해 오너 3세의 경영 입지를 강화하려는 준비 작업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나이로 봐도 새로 선임된 이니스프리의 최민정 대표는 1978년생, 에스쁘아의 이연정 대표는 1979년생으로 40대 초반에 불과해서, 서 담당이 입지를 굳히기 수월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나 이들 계열사는 서민정 담당이 2대 주주로 있어서, 향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을 늘리는 데 활용될 수 있는, 핵심 회사이기도 합니다.

[앵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실적이 안 좋은데 그런 측면에서의 쇄신인사로 볼 여지는 없습니까?

[기자]

물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 내부 조직원들 사이엔 위기상황에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느라 내부분열을 키웠다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핵심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선 면세 매출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이 50% 넘게 줄었고요.

해외에선 매아모레 그룹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400억 원대 영업 적자를 봤습니다.

특히 서민정 담당이 2대 주주로 있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는 2분기에 영업익이 줄거나, 찔끔 흑자를 거두는 등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8월부로 조직도 크게 바뀌었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자 국내와 해외에 따로 두던 면세 사업부를 합치기로 했고요.

백화점 등 채널 중심으로 짰던 영업망도 브랜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앵커]

회사 입장도 궁금한데, 이번 인사 논란 관련, 회사는 뭐라고 말하나요?

[기자]

회사는 우선 인사 폭이 크다는 평가를 자체를 부정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팀장 20여 명이 보직해임된 게 전례에 비춰보면 많지 않고, 전체 수백 명 팀장 중에 지금도 70년생 팀장들은 많이 있고 이전에도 80년대 팀장들은 많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 개편이 부각된 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영주기를 1월에서 7월로 바꾼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요.

원래 비슷한 폭으로 팀장들이 교체되는데, 이번엔 연말이 아닌 8월에 인사 개편을 해서, 사례가 도드라졌다는 겁니다.

회사는 이번 인사가 소위 '서민정 체제'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란 해석도 반박합니다.

서민정 담당이 팀장으로 승진한 것도 아니고 아직 팀원인데, 경영세습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계열사 대표와 팀장들을 바꾼다는 건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겁니다.

어찌 됐든 회사로선 실적 부진으로 갈 길이 먼데 때 아닌 내부 인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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