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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자회사 이뮤노믹, 내년 3분기 나스닥 상장 노린다

SBS Biz 문세영
입력2022.08.05 10:59
수정2022.08.06 10:39

HLB는 오늘(5일) 미국 자회사 '이뮤노믹 테라퓨틱스'를 내년 3분기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HLB는 당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현재는 미국 대표 증권사들과 만나 주관사 선정 과정을 거치며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뮤노믹, 왜 나스닥 택했나


현재 이뮤노믹 테라퓨틱스(이뮤노믹)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교모세포종 신약 후보물질 임상2상은 2명의 환자 데이터만 얻으면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회사는 앞서 8월 중에 해당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시기가 조금 미뤄져 올해 안에 임상을 마무리해 결과를 도출하고, 인플레 등 대외적인 환경을 고려해 내년 7~9월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뮤노믹은 현재 임상 진행 중이거나 전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이 많아, 자체 자금 조달만으로는 개발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임상 중인 물질이 성공적으로 임상을 마무리하고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면, 세포치료제의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즉 생산과 품질관리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이뮤노믹은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해 나스닥 상장을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뮤노믹 테라퓨틱스 공식 홈페이지)

"엘레바 상장 계획은 없어"
반면, HLB의 또 다른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상장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HLB는 “이제껏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개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의 임상을 통해 위암, 간암, 선양낭성암에 대한 효능을 확인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NDA 신청이 상용화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고, 앞으로 상용화가 되면 수익이 발생해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LB는 현재 엘레바의 지분 100%를 가졌고, HLB의 자체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엘레바의 지분을 외부에 나누면서까지 상장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엘레바 테라퓨틱스 공식 홈페이지)

바이오 "코스닥 대신 나스닥 가자!"
최근 들어 이뮤노믹처럼 여러 바이오 회사들이 코스닥 대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에 바이오 회사가 줄줄이 상장하던 2020년과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2020년 바이오 기업의 잦은 IPO는 '기술상장특례제도' 덕분이었습니다. 기술상장특례제도는 수익성과 매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하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기술력은 있더라도 개발을 위해 자금이 많이 필요한 반면,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기술상장특례제도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바이오 기업이 대거 국내 상장했던 2~4년 전과 현재의 바이오 기업 특례 상장 건수를 비교해보면, 2020년에 17건이었던 상황에 비해 올해는 지난 8개월 동안 상장 건수가 4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심사 때) 이젠 안전성뿐만 아니라 효능까지 입증해야 하는 수준의 임상 결과를 요구한다"며, "지나치게 까다로운 상장 기준 때문에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피에이치파마처럼 해외로 이탈하는 일이 확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피에이치파마는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추진 중이며,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가 철회한 바 있습니다.

HLB 관계자도 이에 더해 "코스닥보다 나스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바이오 회사에 대한 인식 등의 측면이 나스닥이 나은 것 같다"며, "코스닥은 기술 수출 등 거대한 실적을 내야만 IPO를 허가해주는 경향이 있어, 대기업이 아닌 바이오텍 회사들에겐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력으로 기업 가치를 입증하면 됐었던 2020년과는 달리 수익성과 매출도 꼼꼼히 따지는 2022년 상장 기준 때문에 매출과 수익은 없지만,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의 얘기는 좀 달랐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의 심사 기준은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입증할 수 있으면 상장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끔 거래소가 임상 결과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꼭 임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다른 자료를 제시하면 그것을 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과 나스닥의 상장 중 더 까다로운 곳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코스닥은 거래소가 직접 심사를 하는 반면, 나스닥은 주관사를 통해 상장하더라도, 상장된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주관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코스닥만큼이나 꼼꼼하게 본다"며, "대략 코스닥과 나스닥의 상장 심사의 까다로운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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