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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현대커머셜로 현대카드 지배력 높이는 정태영…'처남' 정의선 그림자 벗어나기?

SBS Biz 이한승
입력2022.07.27 14:15
수정2022.07.27 18:00

[앵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게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직에서 무려 18년 만에 물러나는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왔는데요.

현대자동차그룹, 특히 처남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홀로서기 움직임이라는 평가, 과연 기존에 구축한 이미지를 잘 유지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내용 등을 저희 비즈포커스 시간에도 전해드렸죠.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서도 이런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한승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홀로서기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던 정태영 부회장에게 눈에 띌 만한 움직임이 있었나요? 

[기자]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아니고요.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커머셜이 역시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인 건데요.

현대카드 지분 매입 현대커머셜은 최근 현대카드 소액 주주가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1.1%를 공개 매수했습니다. 

총 170만 주에 가까운 규모로 현대커머셜이 출자한 금액은 234억 원에 육박합니다. 

현대커머셜은 지난 6월 초 현대카드 소액 주주 1,900여 명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3%가량을 공개 매수하기로 했는데요.

그중 매도 의사를 보인 일부 지분을 사들인 것입니다. 

현대카드의 IPO가 중단됨에 따라 이익 실현 기회를 놓친 소액주주들에게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줬다는 게 현대커머셜 측 설명입니다. 

[앵커]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인 것과 정태영 부회장의 지배력과 어떤 관계가 있죠? 

[기자] 

현대카드에 정태영 부회장의 지분은 없습니다. 

현대커머셜 지분 구조 대신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커머셜 지분 12.5%를 갖고 있고, 아내이자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25%를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37.5%를 보유한 현대자동차와 똑같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현대카드에 있는 현대커머셜의 지분이 늘어나면 현대카드에 대한 정태영 부회장의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셈입니다. 

[앵커] 

정태영 부회장에게 현대카드 지분이 없다면,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누구죠? 

[기자] 

현대자동차입니다. 

현대카드 지분 구조 그리고 기아도 두 자릿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을 합치면 49%에 조금 못 미치는데요.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30%에 달하고 있고요.

여기에 정태영 부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푸본금융그룹 지분까지 합하게 되면 현대카드 지분의 50%가량에 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커머셜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현대카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앵커] 

현대카드의 소액주주 현황도 짚어보죠.

현대카드 소액주주 지분이 현재 1~2% 정도라고 들었어요. 크게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까? 

[기자] 

최근의 지분 이동 흐름을 보면 지배력을 키우는 수순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현대카드 지분 24%를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갖고 있었는데요.

어피니티의 현대카드 지분 매각 지난해 8월 어피니티 측은 갖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 24%를 팔기로 했습니다. 

이에 어피니티는 올 초부터 푸본그룹 자회사인 푸본은행과 푸본생명에 각각 9.99%씩 지분을 매각했고요.

남은 4%가량은 현대커머셜에 팔았습니다.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 변화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은 지난해 말만 해도 25%에 못 미쳤는데요.

이때는 푸본그룹도 현대카드의 주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가진 현대카드 지분과 비교할 정도도 안 됐던 거죠.

현대커머셜이 올 들어 어피니티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이제는 현대카드 지분이 30%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지분 매입으로 현대차그룹보다 지분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현대캐피탈이 사실 알짜였는데, 그것을 뺏기다 보니까 현대카드 밖에 없는 거죠.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에 올인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커머셜 지분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지분 이동이 정태영 부회장의 홀로서기와 관련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해 9월에 정태영 부회장이 18년 만에 현대캐피탈 대표에서 물러났죠.

그러면서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는데요.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서 직무를 겸직하던 임원 30여 명도 면직돼 경영진도 분리됐습니다. 

지난 6월 1일부터는 현대차그룹 해외사업을 맡아왔던 정주용 상무를 현대캐피탈 해외사업 전략실장으로 앉혀서 현대차그룹과의 연계를 공고히 했습니다. 

여기에 8월 말이면 현대캐피탈은 서울역 인근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지난 2008년 현대카드, 현대커머셜과 함께 여의도에 자리 잡은 지 14년 만에 여의도 시대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사실상 물리적인 분리까지도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지분율이 무려 99.8%까지 커진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부회장 흔적 지우기와 정 부회장의 현대카드 지배력 키우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인데요.

그동안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있었던 정태영 부회장이 차 떼고 포 뗀 상황에서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이한승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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