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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포트] 결혼생활 이미 무너졌는데, 상대방이 이혼을 피한다면?

SBS Biz 김완진
입력2022.07.13 17:48
수정2022.07.13 18:41

'유책주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가로막는 동시에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사례를 보겠습니다.

2010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한 부부가 있습니다.

결혼 초반부터 갈등을 빚다가, 3년이 지나 남편은 집을 나갔고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아내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법원은 가출한 남편의 잘못이 크다며 기각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유책주의'에 기반한 판단인데, 대법원은 다르게 봤습니다.

이혼을 거부하는 아내에게 혼인을 이어갈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 정말 있는 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남편은 아이를 만나고 싶어 하고 양육비도 꾸준히 보냈는데, 아내는 아파트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결혼을 유지하기 위한 의사가 있는지 의심되는 사실도 판단에 영향을 줬습니다.

대법원은, 집을 나간 남편에게만 책임을 물 수 있느냐는 반문과 함께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혼인 관계가 다시 되돌아가기 힘들 만큼 무너진 상태에서 둘 다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파탄주의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떠나 현실적으로 혼인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양측 모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개념인데, 법원은 지난 60여 년 가까이 예외적으로만 파탄주의를 인정해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 예외적 상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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