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제약바이오 수십 곳 노조 있는데...국내 회사가 안 보인다?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7.06 17:58
수정2022.07.06 18:46
[전국제약바이오노조 출범식. (제공: 제약바이오조합)]
16개 제약바이오 회사가 모인 제약바이오노조가 어제(5일) 출범했습니다. 노조는 "코로나로 제약바이오 산업은 더욱 눈에 띄게 발전했고, 외국계 제약회사의 경우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산업 성장과는 다르게 산업에 종사하는 약 11만명의 노동자들은 오히려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하락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출범한 노조의 면면이 좀 어색합니다. 노보노디스크제약, 바이엘코리아, 암젠코리아, 입센코리아, 한국노바티스, 한국비아트리스, 한국얀센, 한국화이자제약, 사노피 아벤티스코리아, 알보젠코리아, 오펠라헬스케어코리아, 한국머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GSK, 현대약품까지 16개 회사가 모였는데, 국내 제약사는 현대약품이 유일합니다.
제약바이오 노조 이전에 활동하던 한국민주노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조 산하에 17개 회사 지부가 있지만, 국내 회사는 코오롱제약 한 곳입니다. 심지어 코오롱제약은 노조 지부장이 지난해 해고된 뒤 최근 1심 소송해서 패소해 복직 가능성이 한층 줄었습니다. 생산직은 한미약품, 동아제약, JW중외제약 등에 그나마 노조가 설립돼 있지만 영업직이 포함된 국내 노조는 노조위원장이 회사 밖으로 나가 활동력이 떨어진 곳과 이제 막 시작한 곳, 이렇게 두 곳뿐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군대문화"…탈출구 노리는 영업맨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해 각 노조 관계자와 노무사 등을 취재해봤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통적인 원인은 하나로 지목됩니다. 제약바이오 업계, 특히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여전한 '수직적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노조에 대한 필요성은 간부급보다는 그 아래 포진한 직원들이 주로 느끼게 됩니다. 전통적 직급으로는 대리나 과장급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데, 이들이 소위 '총대를 메고'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오너 기업이 많은 제약회사의 특성상, 오너십을 위협할 세력을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게 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제약바이오업계에는 노조를 설립하려던 직원이 회사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았다거나, 혹은 반대로 불합리한 징계 등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수직적 문화를 가진 오너 회사가 제약바이오 업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으론 설명이 충분치 않습니다. 그런데 제약 영업사원들에겐 '탈출구'가 있습니다. 더 좋은 약을 팔 수도 있고 급여도 좋으며 노조도 많은 외국계 제약사입니다.
제약사에서 10년 이상 영업맨 생활을 하며 전국 총괄책임까지 오른 뒤 노무사로 변신한 김경락 대상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조직문화에 문제를 느끼더라도 버티고 경력을 쌓다가 외국계 회사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계 제약사는 대부분 지사 형태로, 지사장도 본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니 노조 설립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업노조, 한 번 나왔지만 1년 못 가
하지만 이런 제약 조건을 뚫고도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계속해서 있었고, 대형 제약사 중에는 한미약품이 2016년 유일하게 영업노조를 설립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10명도 채 안 되는 노조원만이 활동했고, 그나마 지금은 당시 노조원이 모두 퇴사해 해산한 상태입니다. 이외에 대형 제약회사 중 영업직 노조가 정식 출범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온 적이 없습니다.
노조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무기로 휘두른다는 이미지를 가진 경우도 있고, 직원들의 피해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 설립조차 어렵게 할 정도로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을 '건강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또한 많지 않을 겁니다. 꼭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퍼질 대로 퍼진 제약업계의 '군대문화'는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2만원에 산 SK하닉 236만원 됐는데…전원주의 10년 투자 비결은?
- 2."국민연금 30% 손해봐도 지금 탈래요"…조기수령자 100만명 시대
- 3."국민차 쏘렌토 마저 꺾었다"…국내 1위 등극한 수입차
- 4.젠슨 황 "한국에 몇가지 깜짝 선물 준비돼 있어"
- 5.이젠 웬만큼 벌어도 국민연금 다 준다…언제부터?
- 6.요즘 뜨는 '500만원 결혼식'…예약 폭발했다는데 어디?
- 7."540만원 부으면 1080만원에 이자까지"…'이 통장' 뭐길래
- 8.유권자 50%만 인쇄 '황당'…선관위 결국 대국민 사과
- 9.LG전자·네이버 파랗게 질렸는데…상한가 찍은 종목은?
- 10.500만원 골든벨 울린 이해진…지갑 대신 얼굴로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