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포커스] '불명예 사퇴'한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매각설'에 어깨 무거워진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SBS Biz 조슬기
입력2022.07.01 15:51
수정2022.07.03 09:00
CEO포커스의 조슬기 기자입니다. 열네 번째 영상에서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차명 투자와 우리사주, 지분 매각이라는 고민거리를 각기 품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 다뤄보겠습니다.
차명 투자 의혹에 사표 제출까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월가 출신의 가치투자 전도사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활발한 방송 활동과 강연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쌓으면서 ‘동학개미의 멘토’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존 리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존 리 대표의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것이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존 리 대표는 친구가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에 아내 명의로 2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또 이 회사가 굴리는 특정 부동산 투자 상품에 메리츠자산운용 고객 펀드 자금 60억 원을 투입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같은 투자 행위가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곧바로 차명 투자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배우자가 일부 지분을 소유한 회사는 현행법상 이해관계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이같은 의혹이 성립하려면 해당 펀드에서 손실이 났어야 하지만 연 12% 수준의 수익을 내며 투자자 피해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리 대표 역시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해 모든 자료 요청과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충분한 소명을 마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상식밖의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고요. 해당 거래 행위로 존 리 대표의 배우자가 이익을 본 만큼 사익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 적절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펀드 투자에 나섰다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번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존 리 대표는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면서도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일로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에게 올바른 주식 투자 방법을 전파했던 그였기에 위법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여서입니다.
심지어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온갖 방송에서 주식하라고 선동하더니 존 리 대표 역시 사기꾼 개미털기였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만약 혐의가 없다고 밝혀지더라도 여론의 질타는 한동안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라진 우리사주 대박꿈?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고민
최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입니다. 반토막 난 회사 주가가 원인인데요.
주당 49만8000원의 공모가로 2021년 8월 코스피에 입성한 뒤 6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게임 대장주 타이틀을 꿰찰 때만 해도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당시 직원 1인당 200주가 넘는 우리사주를 할당받아 보호예수가 끝날 경우 적지 않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현재는 20만원대 중후반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상장 당시 1억3800만원이었던 1인당 주식 평가액도 6월 17일 기준 7200만원으로 쪼그라든 상태인데요. 현 주가 수준을 감안해보면 1인당 평균 손실액은 6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회사 임원진들은 심란한 직원들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상장 직후 일찌감치 보유 지분을 현금화했기 때문입니다. 장 의장을 비롯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임원진들은 상장과 동시에 기존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현금을 거머쥐었습니다. 보호예수기간에 발이 묶여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직원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주가가 반토막 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직원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겠죠. 장 의장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습니다. 이에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며 나름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고 빚을 내 회사 주식을 사들인 직원들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회사 차원에서 추가 담보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주가는 속절없이 주저앉았고요.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사주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금기어가 됐습니다. 잭팟을 기대했던 직원들에게는 우리사주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주식을 내다 팔 수도 없습니다. 1년의 보호예수기간이 걸려 있어 적어도 올해 8월은 되어야 크래프톤 주식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은 기간 주가가 공모가 당시 수준만큼 올라주기만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요즘 증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극적 반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이 느낄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라진 대박 꿈을 되살리기 위해 장 의장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남궁훈, 류긍선, 김범수 다 나와!"
카카오 노조 제대로 뿔났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에 휘말리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대주주이자 모회사 카카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지분 40%를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이에 내부 직원들은 회사가 매각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매각 논의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데다가 회사 측으로부터 정확한 매각 이유는 물론 논의 과정 등에 대한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것에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걸까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경영진은 매각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뒤늦게 간담회를 열고 직원 달래기에 팔을 걷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류 대표는 “매각 논의를 진행했던 건 맞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고, “직원 복지와 고용 유지와 관련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회사가 매각된다면 주주인 나부터 반대하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이름을 떼더라도 경쟁력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독립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는데요.
하지만 이 발언은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화를 더 키웠습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매각 논의가 진행돼왔음을 대표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만 더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이슈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처한 현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에게 카카오모빌리티는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골목상권 침해 비판과 정부 규제로 사업 확장이 녹록지 않았고요. 카카오에서 분할된 2017년 이후에는 내내 적자에 시달리다가 2021년이 돼서야 첫 영업이익 흑자를 냈습니다.
그렇게 사업이 살아나나 싶었지만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또 한 번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투자자인 TPG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최근 주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IPO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업 확장도 쉽지 않을뿐더러 상장도 여의찮은 상황이기에 남은 카드는 매각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직원들은 이후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카카오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조에 속속 가입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전체 계열사 임직원 1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남궁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웠고,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의 면담까지 요청한 상황인데요.
아직 결말이 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건 이번 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룹 내에서 언제든 매각 가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각인됐습니다. 당장 류 대표 입장에서는 향후 매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직원들의 강한 반발에 가장 먼저 부딪힐 공산이 큰데요. 앞서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한차례 미숙함을 드러냈던 만큼, 매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류 대표와 직원 간 불편한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기획·구성: 조슬기 기자
작가: 황인솔 콘텐츠에디터
제작: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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