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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포스코…직원보다 기자에게 먼저 사과했다

SBS Biz 김정연
입력2022.06.28 16:59
수정2022.06.28 20:57


최근 사내에서 여직원이 수년 동안 성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스코가 연일 비난을 받고 있죠.

이에 지난 23일 포스코는 출입기자들에게 메일로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 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많은 언론사들은 이 사과문을 기사화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정작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아무런 사과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며 호소했습니다.

포스코 직원 A씨는 지난 23일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오늘(23일) 기사로 접했다"며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사과는 사내 메일함에도, 사내 홈페이지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이 "회사를 아끼고 지켜봐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사과였다"며 "직원들을 배제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오늘에야 사과한 포스코…악어의 눈물이었나
[김학동 부회장]

포스코는 오늘(28일) 오후에야 전 직원들에게 사과문이 담긴 사내 메일을 보냈습니다. 기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온 지 닷새 만입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이번에도 최정우 회장이 아닌 김학동 부회장입니다.

이번 사과문에서는 회사의 지난 3년 간의 미온적인 대처보다는 회사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사과가 강조됐습니다.

김학동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지금까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회사와 임직원 분들이 외부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보다 기자들에게 사과문을 먼저 보냈던 포스코. 사회적 파장이 꽤 커진 사건임에도 직원들에 대한 사과마저 부회장 뒤로 숨어버린 최정우 회장.

포스코가 지난 23일에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외부의 부정적인 여론과 이미지를 무마하기 위한 사과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기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날인 22일 포스코 임직원들은 피해 여성 직원에게 사과를 하겠다며 연락을 시도할 뿐 아니라 집까지 찾아가는 등 '2차 가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스코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뒷북 사과에 뒷북 징계…징계 수위조차 공개 안 돼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28일) 포스코는 출입기자들에도 한 통의 메일을 더 보내왔습니다.

"최근 불거진 사내 성 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어 어제(27일)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징계 대상과 징계 수위는 사내 임직원들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징계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포스코임원진 중 안전방재그룹장(상무보)이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스코가 밝힌 중징계가 그 정도라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포스코는 성폭력 관련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사건 인지 직후 실시한 사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월 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포스코는 이날 재차 사과 입장을 밝히며 "피해자 선호에 따라 사내·외 법률·심리상담 전문가 지정 운영 및 의료 지원, 외부 전문기관의 성윤리 조직진단 등의 피해자 보호와 초동 대처 방안을 즉시 시행하겠다"는 각오 또한 함께 밝혔습니다.

오늘 새 사과문을 통해 "직원 존중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김학동 부회장.

하지만 기자보다도 늦게 사과를 받은 포스코 직원들은 경영진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이번 일을 겪은 포스코의 직원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회사의 설익은 대응에 자칫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배려와 진심 어린 후속조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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