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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카카오, 누구를 위한 '메타버스 근무제'인가

SBS Biz 정인아
입력2022.06.15 14:20
수정2022.06.15 18:00

[앵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기업들이 일상회복에 맞춰 하나 둘 대면근무를 다시 도입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독특한 근무형태를 직원들에게 제안했는데요. 

언뜻 가상공간에서 근무한단 느낌도 들고, 재택근무인 듯 아닌 듯 그러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데 카카오가 도입하려고 하는 이 근무방식을 두고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합니다. 

먼저 메타버스 근무제가 뭔지 정인아 기자 설명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어디에서나 근무할 수 있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다음 달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직원들에게 직접 화상대화 형식인 오픈톡을 통해 이 내용을 설명했는데요.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대신 음성채팅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에 접속해 근무시간 중 8시간 동안 스피커를 켜놓아야 하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반드시 일을 하는 '코어타임제'를 도입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또 주 5일 중 1회는 반드시 오프라인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이후 2년 넘게 유지해온 재택근무를 상설화하려는 취지로 메타버스 근무제를 마련했습니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 2년간 원격근무를 경험해본 결과, 업무에 있어 물리적 공간보다는 '연결'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결론 내렸다"면서 메타버스 근무제가 연결을 중심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 취지는 직원들과 회사 모두에게 좋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남궁훈 대표의 발표 직후 직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나왔죠? 

[기자] 

한 마디로 '혁신은 없고, 감시만 심해졌다'는게 불만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직장인 익명 앱에는 근무시간 내내 스피커를 켜놓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전 직원이 5분 대기조가 되어야 하냐", "서로를 감시하는 원형감옥을 뜻하는 판옵티콘 근무제도이다" 등 직원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남궁 대표가 오픈톡을 통해 직원들에게 메타버스 근무제를 설명할 때에도 실시간 채팅창에선 직원들의 불만이 계속 나왔다고 합니다. 

또 코어타임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기존의 유연근무제가 사실상 폐지됐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직원들의 반발에 결국 카카오가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제도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죠? 

[기자]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남궁훈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버스 근무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난 9일, 수정된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했는데요. 음성채팅 접속을 의무에서 권장으로 바꾸고, 코어타임제도 오후 2시에서 5시로 1시간 줄이기로 했습니다. 

또 주 1회 오프라인 회의 의무도 권장사항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카카오는 "음성채팅 툴은 일정 기간 테스트를 거친 뒤 조직 단위 또는 직능 단위로 직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필수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격주로 금요일마다 일을 쉬는 이른바 '놀금 제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카카오가 직원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인데, 새롭게 검토 중인 '놀금 제도'를 두고도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해요? 

[기자] 

일부 직원들은 놀금 제도가 '차별 복지'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현재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경우 초과근무 수당을 주고 있는데요. 

직원들은 놀금 제도를 시행하려면 초과수당 기준도 주40시간보다 더 적은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업무량이 제각각이어서 놀금이 있어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놀금에 쉬지 못하면 초과수당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수당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경쟁사인 네이버의 근무형식과 비교가 되면서 카카오 직원들 불만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오던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자] 

맞습니다. 

네이버도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다음 달부터 '커넥티드 워크'라는 이름의 새로운 근무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거나 5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는 것 중에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카카오처럼 음성채팅을 한다던가 의무 근무시간이 있진 않습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 근무방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인 점이 있는데요. 

바로 직원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새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직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직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줬습니다. 

[앵커] 

이렇게 근무방식을 두고 회사와 직원이 이렇게 '기싸움'을 하는 경우가 IT업계에선 흔하다고요? 

[기자]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요구하는 가운데 새로운 근무제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가 이를 연기했는데요. 

팀 쿡 애플 CEO는 "대면 회의를 선호하지만, 온라인 회의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여전히 실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도 지난 1월 대면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미뤘고, 직원 10명 중 1명은 완전 원격 근무를 허가받았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7월에 새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세부사항을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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