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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이게 최신] 온갖 약 나왔지만…당뇨 치료, 어디까지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6.10 11:23
수정2022.11.28 14:54

[앵커]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500만 명에 달합니다.

인구의 10%가 앓고 있다는 뜻이죠.

이렇게 많은 환자 수만큼 수많은 약들이 있지만, 당뇨병에 걸려 병원을 찾으면 살을 빼야 한다는 말을 거의 무조건 듣게 됩니다.

아무리 많은 약이 있어도 당뇨병은 결국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오늘(11일)은 당뇨병이 왜 불치병이고, 수많은 약들 중 최신 의술은 어떤 건지 짚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이광호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당뇨병은 왜 이렇게 낫기가 힘든가요?

[기자]

당뇨병에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지만, 아주 단순하게 뭉뚱그리면 췌장에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췌장에서 당을 흡수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거나, 췌장에서 내보낸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몸속에 당이 너무 많아지는 건데요.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생긴 췌장을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우회로로 치료를 시도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완벽한 치료는 안 되는 현 상황이 나온 겁니다.

[앵커]

그럼 이제까지 시도된 수많은 치료는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일단 인슐린이 부족하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인슐린을 넣으면 되겠죠.

그런데 몸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니까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했고, 피 속에 인슐린이 너무 많아져서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암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인슐린을 넣어서 피 속의 포도당을 잘 합성시켜도 또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상황이 정상화됐는데도 문제가 생긴다는 건가요?

[기자]

여기서 비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인슐린이 다시 포도당을 잘 흡수하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 몸에 에너지가 더 많이 축적됩니다.

살이 찐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비만은 당뇨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비만이 되면 더 많은 음식을 먹어 더 많은 포도당을 섭취하겠죠.

그러면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지고 그만큼 췌장은 더 빨리 지치고, 결국 당뇨병이 악화됩니다.

[앵커]

그러면 결국 당뇨병은 살만 빼면 다 해결되는 건가요?

[기자]

모든 당뇨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이 맞습니다.

췌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대중적인 이유는 노화입니다.

췌장이 몸무게를 지탱하는 이미지를 상상하시면 되는데, 약해진 췌장이 많은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다가 살을 빼면 다시 감당할 수 있게 되는 식입니다.

물론 당뇨병에 걸리기 전에도 살이 찌지 않은 사람이라면 췌장이 손상되는 속도가 훨씬 느리기도 하고요.

다만, 문제는 당뇨병에 걸린 뒤에도 사람은 계속 늙고 췌장은 계속 약해지는데 살을 무한히 뺄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뇨는 예방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췌장을 최대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앵커]

하지만 쉽게 예방이 가능했으면 환자가 수백만 명씩 생기지 않았겠죠.

가장 최신의 치료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SGLT-2'라는 방식의 치료제가 있는데, 이 약은 쉽게 설명하면 포도당을 흡수하는 콩팥에게 아예 일을 덜 하라고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고, 당이 줄어들었으니 췌장은 인슐린 분비를 줄이게 됩니다.

역시 포도당이 흡수가 안 되니 체중도 일부 줄어들었고, 일을 덜 한 콩팥도 보호가 됩니다.

당뇨라는 단어 자체가 소변에 당이 나온다는 뜻인데, 그게 병을 치료한다니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외국 제약사의 약만 있는데, 대웅제약이 지난 4월 최초로 국내 허가를 신청했고 7월쯤에는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앵커]

또 다른 치료제는요?

[기자]

최근에 '살 빼는 약'이라고 미국에 출시된 약이 있습니다.

'티르제파타이드'라는 성분으로 다국적 제약사 릴리가 만들었는데 쉽게 설명하면 살을 20% 넘게 빼 주는 강력한 식욕억제제입니다.

다이어터들에게 대단히 주목받았지만 당뇨병 치료에도 굉장한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의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조영민 /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위장 운동을 좀 느리게 해 줘요. 천천히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을) 짜내게 해서 갑자기 식후에 혈당이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작용이 있거든요. (추가로) 동맥경화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작용이 있고 콩팥도 보호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지 혈당만 낮추는 약이 아닌 거죠.]

[앵커]

그런데 췌장이 약해지는 게 노화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계속해서 췌장이 약해져서 살 빼는 것으로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기자]

실제로 췌장에 문제가 생겨서 인슐린이 거의 안 나오는 당뇨병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다른 방법이 없고 인슐린을 투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인슐린 펌프, '인공 췌장'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걸 몸에 착용하고 다니는 게 가장 최신 기술입니다.

다만 최신 기술에도 한계가 있는데 의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재현 /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환자가 안 먹으면 혈당을 안정적으로, 아예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사람도 안정적으로 만드는 건 이젠 되는데, 본인이 얼마나 먹을지랑 이게 당이 얼마나 올라갈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주사와 먹는 것의 흡수 속도가 약간 다르기 때문에 언제쯤 투여할 거냐가 어려운 거죠.]

[앵커]

결국 환자 스스로가 사용법을 잘 알아야겠네요.

[기자]

그 말은 곧 의료기관에서 상세한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 펌프가 가격 자체는 월 20만 원 정도로 아주 비싼 건 아닌데, 적절한 인슐린 투여량 계산법을 배우고 장기적인 관리를 받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수가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는 게 의사들의 이야깁니다.

결국 거의 주치의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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