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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육아 필수템' 핑크퐁과 아기상어...해외 뻗어 나간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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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2.05.17 14:21
수정2022.05.21 09:00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K-콘텐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싸이 등 여러 아티스트의 이름을 떠올리시겠지만 정답은 핑크퐁의 동요 ‘상어 가족’입니다.

핑크퐁의 아기상어는 2016년 1월 2일 유튜브에 업로드돼 지난 1월 100억뷰를 달성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적어도 한 번씩 영상을 본 것과 마찬가지인 수치인데요. 이와 더불어 총 재생 시간도 약 4만3000년으로 지금으로부터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맞먹는 시간이 쌓인 상태입니다.

삼성출판사 창업주 손자이자 공대생이
'아기상어'를 만들기까지




핑크퐁과 상어 가족을 만든 삼성출판사는 어떤 곳일까요? 삼성출판사는 1964년 3월 김봉규 명예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 ‘토지’ 초판을 출간하는 등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곳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출판 업계에 불황이 찾아왔고, 삼성출판사 역시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사업군을 확장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김봉규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현재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인 김민석씨가 신사업 담당으로 삼성출판사에 합류하게 됩니다. 당시 김민석 대표는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넥슨에 취업해 경력을 쌓은 상황이었는데요. 뼛속까지 공대 남자였던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다름 아닌 유아용 콘텐츠 및 교구 개발이었습니다.



유아 교육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 개발을 하기란 쉽지 않았고, 김민석 대표의 고민만 깊어지던 중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 출시인데요. 아이폰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민석 대표는 삼성출판사 내부에 모바일 대응팀을 만들었고, 넥슨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정보특기자를 영입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김민석 대표는 유아용 책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이것이 첫해 매출 3억원을 기록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김민석 대표는 삼성출판사 자회사인 스마트스터디를 창업했고, 이 회사가 훗날 사명을 바꿔 지금의 더핑크퐁컴퍼니가 됩니다.



더핑크퐁컴퍼니를 대표하는 건 캐릭터 ‘핑크퐁’입니다. 핑크퐁은 삼성북스의 로고이자 마스코트인 작은 여우를 리뉴얼해 만든 캐릭터인데요.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형태였지만 캐릭터성을 부여하면서 생김새가 조금씩 변화했고, 이름도 생겼습니다. 폭스(fox)와 폰(phone)의 합성어이자 재미가 퐁퐁 샘솟는다는 의미를 담은 ‘퐁’이었는데요. 베비퐁, 키즈퐁 등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캐릭터 색깔인 핑크를 붙여보니 잘 달라붙어 핑크퐁이라는 이름이 최종 결정됐습니다.



그렇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익을 내던 중, 김민석 대표는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유튜브로 동요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시대가 바뀌는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고집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핑크퐁은 2015년 주력 채널을 애플리케이션에서 유튜브로 바꾸게 됐고, 전성기를 맞이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세기를 넘는 사랑 기대 중인 핑크퐁...
무기는 '킬러 콘텐츠'와 '게이트 키퍼' 공략 



핑크퐁이 이렇게나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아기상 대표적인데요. 사실 상어 가족 안에는 직원들의 치밀한 계획이 담겨있습니다. 비비드한 색을 사용해 아이들의 눈길을 끌고, 작은 화면에서도 잘 보이도록 동작도 크게 키웠습니다. 또 반복적인 후렴구를 사용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요. 이는 상어 가족뿐 아니라 다른 히트 콘텐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또 다른 전략은 ‘게이트키퍼 공략’입니다. 아동 콘텐츠는 일차적으로 부모님이 선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즉 이 시장에서는 최종 소비자인 아이는 물론 게이트키퍼이자 이코노믹 바이어인 부모님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인기를 끌 수 있고, 핑크퐁은 이를 성공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일상 속에 스며들기’입니다. 핑크퐁은 국내외 500여 기업과 총 1000여건의 라이선스를 체결해 놀이시설, 생활용품, 식품, 가전 등에 캐릭터를 그려 넣었는데요. 이는 유통 채널을 다양화시켜 핑크퐁을 ‘미키마우스’처럼 세기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려는 전략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핑크퐁은 지난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명단에 오른 한국 기업은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와 더핑크퐁컴퍼니 두 곳뿐입니다.

타임지는 더핑크퐁컴퍼니에 대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콘텐츠 업계 리더로서 혁신을 보여줬고, 상어 가족은 귀에 맴도는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신드롬이 됐다”라는 평가를 남겼는데요. 이러한 평가와 김민석 대표의 염원처럼 핑크퐁이 100년 이상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지, 상어 가족 외에도 어떤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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