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이게 최신] 단 하나 치매 치료제 ‘절반의 성공’…상용화 ‘속도전’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5.13 17:48
수정2022.11.28 14:53
[앵커]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오늘(14일)은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치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치매가 무서운 건 역시 불치병이기 때문이겠죠.
많은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현실적으로는 증상 완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요.
현재 기술은 어디에 와 있는지 이광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지금도 치료제는 없나요?
[기자]
아닙니다.
지난해 6월 치매의 원인을 없애는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아 등장했습니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듀헬름'이라는 치료제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 줄여서 '에이베타'라고 부르는 단백질이 뇌에 퍼져 치매를 유발하는데, 이를 줄이는 연구가 성과를 냈습니다.
[추가 정보: 에이베타의 발견은 여러 치매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이베타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환자의 뇌 속에서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발견 이전에는 건강한 사람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잠정 치매 환자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겠죠.
이 발견 이후 임상 정확성에 많은 긍정적인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 임상을 집계해 보면, 49%가 증상 완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5월 기준 152개 임상시험 중 82.5%가 원인을 직접 해결하는 치료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이베타의 발견은 또 다른 가능성도 열어줬습니다.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무려 10여 년 전부터 쌓이는 단백질을 일찌감치 간단하게 발견해낼 수 있다면, 굉장히 빠른 진단이 가능해진다는 가능성입니다. 어떤 병이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죠. 현재 쓰이고 있는 치료 요법으로도 대응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치매의 조기 진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당시에는 아마 큰 사건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 치료제가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왜 그런가요?
[기자]
부작용 때문입니다.
뇌 부종과 출혈이 발생한 건데요.
여기에 비싼 가격과 애매한 효과까지 문제가 됐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묵인희 / 서울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 고용량 투여 시 23% 정도 투여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치료제의 가격이 1년에 7000만 원이었는데 3500만 원으로 반으로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의사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라서….]
[추가 정보: 부작용의 발생 이유로는 면역반응의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면역반응의 가장 흔한 증상인 염증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아듀헬름 치료제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노인의 항체를 활용했습니다. 남의 항체가 약이 되어 몸 안에 들어오니 면역반응이 나타난 겁니다.
분명 에이베타를 처리했는데 인지 기능이 23%밖에 개선되지 않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습니다. 다양한 가설이 있긴 하지만, 면역반응과 함께 문제의 에이베타 단백질 대신 다른 건강한 시냅스 등 뇌세포까지 함께 죽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투입된 약이 결과적으로 뇌세포까지 잡아먹어 개선 효과를 깎아먹고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그런 문제가 왜 나타났는지 알면 더 나은 치료제가 등장할 텐데요.
[기자]
실제로 그렇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몸 안에서 죽은 세포를 잡아먹는 세포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정원석 /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 수용체가 죽어가는 세포나 시냅스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대신에 에이베타를 인식하도록 방향을 바꾼 것이죠. 뇌에서 면역반응을 오히려 낮출 수 있는 수용체를 통해서 에이베타라는 단백질을 잡아먹는 (방식입니다.)]
[추가 정보: 현재 이 연구는 동물(쥐) 실험을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임상이 임박했는데, 치매의 증상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상도 꽤 오랜 시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서 부작용이 나왔다고 말씀드린 치료제 아듀헬름 역시 동물 실험에서는 꽤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정확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치매 치료제는 어떻게 몸속에 주입하나요?
[기자]
정맥주사, 흔히 주사를 맞는 방식과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뇌혈관에는 외부 물질 유입을 막는 BBB라는 장벽이 있는데, 이 때문에 약을 투입해도 실제 뇌까지 도달하는 건 0.1%밖에 되지 않습니다.
[앵커]
이것도 해결책이 연구되고 있겠네요?
[기자]
피 속의 세포와 잘 뭉쳤다가 뇌 장벽을 함께 넘은 뒤 뇌세포 근처에서 떨어지는 특수한 항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상훈 /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 고농도로 항체가 들어갔을 때 부작용이 반드시 있거든요. BBB셔틀이 만약에 10배 많은 (양을 퍼뜨린다면) 100이란 양을 원래 단독 항체에 줄 것을 10이나 20을 줘서 효능을 볼 수 있다면 (더 안정적입니다.)] 현재 이 회사는 관련 기술로 사노피에 10억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흔히 BBB셔틀이라 불리는 이 항체의 또다른 장점은 범용성입니다. 기존에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치매 치료제와 결합해 그 성능을 높이는 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척수의 약물 농도가 7배나 개선됐습니다.
뇌 장벽(BBB)를 잘 통과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지만, 약물이 오랫동안 몸속에 남아 효과를 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약물 농도가 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의 최신 치료법을 알아보는 의술, 여기까지 왔다.
오늘(14일)은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치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치매가 무서운 건 역시 불치병이기 때문이겠죠.
많은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현실적으로는 증상 완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요.
현재 기술은 어디에 와 있는지 이광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지금도 치료제는 없나요?
[기자]
아닙니다.
지난해 6월 치매의 원인을 없애는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아 등장했습니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듀헬름'이라는 치료제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 줄여서 '에이베타'라고 부르는 단백질이 뇌에 퍼져 치매를 유발하는데, 이를 줄이는 연구가 성과를 냈습니다.
[추가 정보: 에이베타의 발견은 여러 치매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이베타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환자의 뇌 속에서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발견 이전에는 건강한 사람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잠정 치매 환자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겠죠.
이 발견 이후 임상 정확성에 많은 긍정적인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 임상을 집계해 보면, 49%가 증상 완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5월 기준 152개 임상시험 중 82.5%가 원인을 직접 해결하는 치료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이베타의 발견은 또 다른 가능성도 열어줬습니다.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무려 10여 년 전부터 쌓이는 단백질을 일찌감치 간단하게 발견해낼 수 있다면, 굉장히 빠른 진단이 가능해진다는 가능성입니다. 어떤 병이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죠. 현재 쓰이고 있는 치료 요법으로도 대응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치매의 조기 진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당시에는 아마 큰 사건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 치료제가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왜 그런가요?
[기자]
부작용 때문입니다.
뇌 부종과 출혈이 발생한 건데요.
여기에 비싼 가격과 애매한 효과까지 문제가 됐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묵인희 / 서울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 고용량 투여 시 23% 정도 투여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치료제의 가격이 1년에 7000만 원이었는데 3500만 원으로 반으로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의사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라서….]
[추가 정보: 부작용의 발생 이유로는 면역반응의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면역반응의 가장 흔한 증상인 염증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아듀헬름 치료제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노인의 항체를 활용했습니다. 남의 항체가 약이 되어 몸 안에 들어오니 면역반응이 나타난 겁니다.
분명 에이베타를 처리했는데 인지 기능이 23%밖에 개선되지 않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습니다. 다양한 가설이 있긴 하지만, 면역반응과 함께 문제의 에이베타 단백질 대신 다른 건강한 시냅스 등 뇌세포까지 함께 죽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투입된 약이 결과적으로 뇌세포까지 잡아먹어 개선 효과를 깎아먹고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그런 문제가 왜 나타났는지 알면 더 나은 치료제가 등장할 텐데요.
[기자]
실제로 그렇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몸 안에서 죽은 세포를 잡아먹는 세포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정원석 /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 수용체가 죽어가는 세포나 시냅스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대신에 에이베타를 인식하도록 방향을 바꾼 것이죠. 뇌에서 면역반응을 오히려 낮출 수 있는 수용체를 통해서 에이베타라는 단백질을 잡아먹는 (방식입니다.)]
[추가 정보: 현재 이 연구는 동물(쥐) 실험을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임상이 임박했는데, 치매의 증상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상도 꽤 오랜 시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서 부작용이 나왔다고 말씀드린 치료제 아듀헬름 역시 동물 실험에서는 꽤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정확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치매 치료제는 어떻게 몸속에 주입하나요?
[기자]
정맥주사, 흔히 주사를 맞는 방식과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뇌혈관에는 외부 물질 유입을 막는 BBB라는 장벽이 있는데, 이 때문에 약을 투입해도 실제 뇌까지 도달하는 건 0.1%밖에 되지 않습니다.
[앵커]
이것도 해결책이 연구되고 있겠네요?
[기자]
피 속의 세포와 잘 뭉쳤다가 뇌 장벽을 함께 넘은 뒤 뇌세포 근처에서 떨어지는 특수한 항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상훈 /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 고농도로 항체가 들어갔을 때 부작용이 반드시 있거든요. BBB셔틀이 만약에 10배 많은 (양을 퍼뜨린다면) 100이란 양을 원래 단독 항체에 줄 것을 10이나 20을 줘서 효능을 볼 수 있다면 (더 안정적입니다.)] 현재 이 회사는 관련 기술로 사노피에 10억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흔히 BBB셔틀이라 불리는 이 항체의 또다른 장점은 범용성입니다. 기존에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치매 치료제와 결합해 그 성능을 높이는 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척수의 약물 농도가 7배나 개선됐습니다.
뇌 장벽(BBB)를 잘 통과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지만, 약물이 오랫동안 몸속에 남아 효과를 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약물 농도가 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앵커]
이광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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