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도 요원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14년째 표류 '우려'
SBS Biz 오정인
입력2022.05.10 17:33
수정2022.05.10 17:44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둘러싸고 보험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110대 국정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지난 10년여 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옵니다.
오늘(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 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으로 업계의 숙원 과제와도 같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뒤 올해로 14년째지만, 여러 차례 발의된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인수위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방향 발표에서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언급되면서 업계 기대가 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실손보험 청구"라며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에도 포함된 만큼 이번엔 정부의 스탠스도 좀더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인수위가 지난달 국민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14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를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응답자 4323명 중 2003명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발표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선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보험업계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우선순위 과제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만큼 새 정부서도 관심있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국정과제에는 빠졌다"며 "대한민국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당연히 포함될 줄 알았는데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계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지난해 4월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7.2%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95.2%는 30만 원 이하의 소액 청구건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는 모든 사안에서 늘 대립하기 마련인데 유일하게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며 "소비자에게도 편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의료계 반발은 여전합니다. 앞서 지난 1월 10일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자인하면서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의료기관에 남용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 및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보험금 지급이 거부됐을 때 환자들의 민원을 감당해야 해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청구 과정에서 알리기 싫은 민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항상 보험사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제21대 국회서 발의된 관련 법안만 모두 6개입니다. 지난해까지 관련 법안에 반대 입장이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도 어제(9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서류의 발급 요청 및 제출 등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실손보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요청이 있으면 요양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서류를 심평원이 전자적 형태로 제출받아 관리하고 이를 비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급여 의료비 증가가 의료비 상승에 주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평원이 증빙서류를 관리해 비급여 의료비 항목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4년과 얼마나 달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매년 국회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정과제로 포함됐더라도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서로 주장만 되풀이하며 속도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아예 국정과제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만큼 추진 동력을 더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답게 국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하길 바란다"며 "제2의 건강보험인 실손보험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통과에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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