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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IN] '나홀로 흑자, 역대 최대 매출' 한국도로공사, 나쁜 임대인 논란 '시끌'

SBS Biz 정광윤
입력2022.05.04 14:21
수정2023.10.19 14:39

[앵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곳, 아마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그만큼 지난 몇 년 간 우리 경제 곳곳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기 때문이겠죠. 

그중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인데요. 

나들이객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평균 매출이 코로나 전과 비교해 30% 넘게 줄었습니다. 

민간 자본으로 운영하는 휴게소 같은 경우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로부터 임대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곳, 한국도로공사입니다. 

최근 이 도로공사가 불경기에도 나홀로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나쁜 임대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광윤 기자가 한 민자 휴게소를 만나고 왔는데요. 

실태가 어떤지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서울에서 부산방향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복합휴게소. 

바로 옆은 도로공사가 임대한 일반휴게소지만 이곳은 공사 부지에 민간이 건물을 올려 운영하는 민자 휴게소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엔 매출이 147억 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비록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되곤 있지만 누적된 적자 탓에 매년 도로공사에 내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휴게소 측 설명입니다. 

[홍영기 / 기흥복합휴게소장 : 코로나 (전과) 대비했을 때 아직까지 매출이 그만큼 올라가진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올라간다 해도 최소 수수료 내는 이 과정에서는 저희들이 버티기가 좀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민자휴게소들도 수수료 감면을 요청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인터뷰 내용처럼 민자 휴게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봐도 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전국 휴게소 203곳의 매출액은 9천800억 원 정도인데요.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30% 넘게 줄어든 겁니다. 

이 가운데 20곳 정도 되는 민자휴게소들은 상황이 더 안 좋은데요. 

매출액에 비례한 수수료만 내면 되는 일반휴게소와 달리, 최소 수수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출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부담이 상당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기흥 휴게소의 경우, 최근 2년간 도로공사에 납부한 수수료가 약 28억 원인데요.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적자 규모와 같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자휴게소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력을 줄이는 등 고군분투해왔는데요. 

경기도 이천 마장 휴게소의 경우, 지난해 한 달 가까이 문을 닫기까지 했었습니다. 

[앵커] 

임차인인 휴게소는 사정이 어려운데 임대인인 도로공사는 이런 임차인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는다는 건데요. 

수익이 대체 얼마나 늘었습니까? 

[기자] 

도로공사 매출은 지난해 10조 원을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인데요.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 비해 오히려 2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비록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적자폭이 커진 다른 교통·운송 관련 공공기관들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019년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고, 9천억 원 넘는 영업손실이 났는데요. 

같은 기간 코레일도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영업손실이 8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인천공항공사나 코레일은 임대료를 대폭 감면해줬는데 도로공사는 거의 해주지 않은 겁니다. 

[앵커] 

다른 공기업들과는 비교되는 행보네요.

수수료는 깎아주지 못하는 사정이 있나 보죠? 

[기자] 

"매출이 역대 최고라곤 해도 정작 당기 순익은 역대 최저"라는 게 도로공사 측 설명입니다.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도로건설사업과 통행료 매출은 다시 사업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작 번 건 얼마 안 된다는 건데요. 

"이런 와중에도 전국 휴게소에 직간접적으로 4188억 원을 지원했다"는 게 도로공사 입장입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실상 지원된 건 얼마 안 되는데요. 

우선 임대료 납부 유예가 지원금액에 포함되는데, 민자휴게소에선 도움이 별로 안 됐다는 입장입니다. 

들어보시죠. 

[홍영기 / 기흥복합휴게소장 : 수수료 납부 유예를 해주셨는데 6개월 뒤에 수수료를 다시 다 징수를 해가셨습니다.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또 도로공사가 재작년부터 지원한 전기세와 방역비 등이 모두 555억 원인데요. 

지원받은 전국 휴게소가 200여 곳에 달해, 한 곳에서 받은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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