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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박카스 D와 F의 차이? 61년 역사 속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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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2.05.03 15:32
수정2022.05.07 09:02



위기에 놓인 동아제약을 구하라!
박카스의 탄생과 변천사



박카스에 대해 알려면 강신호 전 동아제약 회장(현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이야기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강 회장은 한국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유학 도중 강 회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동아제약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동아제약 상무로 입사하게 되는데요.


 
당시는 미국 등에서 건너온 영양제에 관심이 높았고, 국내 제약업계도 종합비타민 개발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간과 창자, 간장 보호제를 만들기로 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아 주류 소비량이 많을 때였고, 간장을 보호하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강 회장은 여러 성분을 고심하다가 ‘타우린’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타우린은 문어나 오징어 등 동물 피부와 대장에 많이 있는 성분인데, 이것이 간을 보호하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타우린에 카페인과 사카린을 혼합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박카스입니다.



1961년 9월 출시된 박카스는 지금의 액체 형태가 아닌 알약이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알약의 불쾌한 맛과 냄새, 변질 등을 막기 위해 표면에 얇게 당분을 입힌 당의정이 여름이 되자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기 때문입니다. 당의정을 관리하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아 생긴 일이었죠.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이미 잃은 신뢰를 돌이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내 드링크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동인화학 ‘동인구론산’과 천도제약 ‘단발구론산’이 출시되며 시장이 들썩였는데요. 이에 동아제약은 알약을 버리고 앰풀 용기에 담긴 박카스를 내놓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앰풀 복용을 낯설어하고, 디자인이 마치 주사액 같아 한 소비자가 제 손으로 주사를 놓는 해프닝 등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아제약은 1963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병에 담긴 박카스를 재출시합니다.


 
동아제약은 새 옷을 입은 박카스를 알리기 위해 광고 모델로 인기 코미디언 김희갑과 배우 남미리를 채용합니다. 그리고 TV부터 신문, 잡지, 옥외 등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142만3000병이었던 판매량이 1년 만에 670만5000병으로 대폭 성장합니다.
 
이후 박카스는 승승장구했지만 시련도 있었습니다. 1976년 7월 자양강장제 드링크류 의약품의 광고가 금지되는 일이 있었고,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또 1989년에는 사카린이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이에 동아제약은 사카린을 뺀 박카스 F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맛이 예전 같지 않다며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60년 역사 박카스의 비결
'보통 사람'과 '유통 이원화'



그러던 중 광고 금지령이 풀리면서 박카스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때 동아제약은 박카스 광고에 유명 연예인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새 한국인 시리즈’인데요. 총 13편으로 이뤄진 이 광고는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을 조명했고,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그 결과 박카스 F는 사상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후에도 박카스는 비슷한 결의 광고를 꾸준히 제작했습니다. 젊은 청년이 시력 검사에 통과하려고 숫자를 외운 뒤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던 광고를 비롯해 엄마, 간호사, 회사원 등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 됐는데요. 이러한 광고들은 감성을 자극함과 동시에 공감과 응원이라는 피로회복제를 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박카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또 있습니다. 라이벌인 광동제약의 ‘비타500’인데요. 비타500은 박카스와의 차별점으로 노카페인을 강조한 데다 슈퍼마켓, 편의점 등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반면 박카스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2005년에는 박카스와 비타500의 매출액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좁혀졌습니다.


 
그러다 2011년 박카스도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며 다양한 판매 채널을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매출 영향을 우려하는 약국 측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는데요. 이에 동아제약은 약국에서는 기존의 박카스 D를 판매하고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는 성분이 다른 박카스 F를 팔기로 결정합니다. 이러한 유통 이원화 정책을 시작으로 박카스는 △2012년 1709억원 △2014년 1865억원 △2016년 2123억원으로 판매액이 증가합니다.


 
박카스는 오랜 시간 동안 피로회복제라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가 불거져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심지어 문제가 커지자 성차별 행위를 ‘면접관 개인의 일탈’로 축소해 사회적 공분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 ‘레드불’, ‘핫식스’와 같은 에너지 음료들이 대거 등장하며 박카스의 입지가 위태로운 것도 사실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박카스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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