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벤츠 잡겠다던 제네시스가 세운 3가지 전략
SBS Biz
입력2022.04.20 15:30
수정2022.04.23 09:00
국내 유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
키워드는 '차별화', '디자인', '안전성'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역사를 알려면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NF쏘나타 미국 수출로 주목을 받던 시기인데요. 당시 글로벌 시장은 일본 차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차로 시장을 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현대자동차는 프리미엄 세단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겠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4년간 제네시스 개발비용 5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에 투입된 연구원 수도 무려 4000명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노력 끝에 현대자동차의 독자 기술로 제네시스가 완성됐고, 그중 후륜구동은 회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전의 현대자동차는 전륜구동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전륜구동은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고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연비도 좋지만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그리 환영받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차체 전후 중량 배분이 어려워 안정적인 승차감, 인상적인 조정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제네시스가 후륜구동을 설계했다는 건 그만큼 고급 브랜드와의 직접적 경쟁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을 마친 제네시스는 ‘현대 제네시스’라는 이름으로 2007년 뉴욕모터쇼에서 첫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실 이때 ‘현대’라는 이름을 떼고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아큐라 같은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생각이었지만 처음에는 의도대로 행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급 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다가 복수 라인업 확보 등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 고객과 전혀 다른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데, 그런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는 거죠.
제네시스의 브랜드 독립 염원은 2015년이 되어야 이뤄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가지고 있던 친근한 이미지도 벗어던질 수 있었는데요. 소비자들은 퀄리티가 높아진 제네시스에 만족감을 표했고, 그와 함께 제품 브랜드 이미지도 뛰어올랐습니다.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카 이미지를 쌓는 데 큰 몫을 한 건 디자인입니다. 제네시스 개발 초창기에 정의선 회장(당시 부본부장)은 아우디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로 결심했는데요.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직접 독일로 날아갔고,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하면서 제네시스 디자인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후 피터 슈라이어는 제네시스 디자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며 현대·기아차 통합조직 수장인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2015년에는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한 루크 동커볼케도 제네시스 디자인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자동차가 제네시스 G70인데요. G70은 매쉬타입의 크레스트 그릴을 사용하고 긴 후드와 짧은 프런트 오버행 등 기존 국산 차와는 다른 디자인으로 호평받았습니다.
또한 루크 동커볼케는 G70의 크레스트 그릴을 사용한 패밀리룩을 확장합니다. 패밀리룩은 같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일관된 다지안을 적용하는 건데요. 과거에는 디자인 총괄이 바뀔 때마다 패밀리룩도 함께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루크 동커볼케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패밀리룩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제네시스는 굿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상, IDEA 디자인상, 레드 닷 어워드 등에서 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루크 동커볼케는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제네시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안전성입니다. 특히 타이거 우즈와의 일화가 유명한데요. 지난 2021년 2월 타이거 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제네시스 GV80을 운전하고 가던 중 중앙분리대와 충돌하며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사고로 타이거 우즈는 발목뼈가 부서지고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큰 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자동차의 크럼블존, 세이프티존과 무릎 에어백 등이 제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타이거 우즈의 사고 이후 제네시스는 본의 아니게 안전성을 홍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타이거 우즈의 사고는 제네시스에게 득일까 실일까’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차 사고가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제네시스 인지도 향상에는 분명히 기여했다는 겁니다.
이 사고 이후 GV80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를 획득했습니다. 이로써 제네시스 세단 제품군 전 차종은 ‘가장 안전한 차’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죠.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 디자인, 안전성 등으로 제네시스는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출범 5년만인 2020년에는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곧바로 50% 이상 판매량을 증가시키며 20만대를 달성합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제네시스는 안전성으로 명성을 얻은 GV80을 내세우며 판매량 200% 증가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건 탄소 중립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 사업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네시스는 ‘퓨처링 제네시스’ 전략 아래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만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 2035년에는 원자재부터 생산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때의 제네시스는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떻게 소비자들을 놀라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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