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소주업계 터줏대감 진로, 시작은 독립운동?
SBS Biz
입력2022.04.13 18:06
수정2022.04.16 09:03
100년 역사의 하이트진로...
그 시작은 독립운동?
주류업계의 터줏대감 하이트진로는 일제강점기이던 1924년 탄생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100년 가까이 된 브랜드인데요. 당시 창업주 장학엽씨가 평안남도 용강군 지운면 진지리에 '진천양조상회'라는 이름의 양조장을 차렸던 것이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학엽씨는 보통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조선 독립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실력을 양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것에 동의해 사립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하는데요. 그런데 학교를 세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고, 돈이 될 만한 사업은 이미 일본이 독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찾다 소주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장학엽씨는 소주의 이름을 '진로'라고 지었습니다. '진'은 근처 연못 이름 진지에서 따왔고, '로'는 술을 빚는 과정에서 방울이 이슬처럼 맺히는 데에서 착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주병에는 지금의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를 새겨 넣었습니다. 당시 원숭이가 중국이나 한반도 북쪽에서 영민하고 복을 주는 동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안남도를 중심으로 술 장사가 한창이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그래서 장학엽씨는 장사 밑천을 다 두고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되는데요. 부산에서도 소주 사업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잘 되지는 않았고, 결국 장학엽씨는 휴전 이후인 1954년 서울로 올라와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세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장학엽씨는 트레이드마크인 원숭이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북쪽과 달리 원숭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동물 사전을 일일이 뒤져본 결과, 복을 가져다준다는 두꺼비가 눈에 띄어 지금의 트레이드마크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소주를 팔던 중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쌀을 원료로 술을 빚지 말라는 내용의 순곡주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이에 당시 서민의 대표 술이었던 막걸리는 생산이 중단됐고, 진로는 고구마를 주원료로 한 주정에 물을 섞은 희석식 소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주가 막걸리 대신 국민 술로 거듭나게 되죠.
이후 1977년에는 시도별로 업체 한 곳만 소주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자도주 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이 영향으로 각 지역의 대표 브랜드들이 탄생하게 되는데요. 서울의 진로, 부산의 C1, 전라도의 잎새주 등이 사랑받으면서 진정한 소주의 시대가 열립니다.
모든 세대 사로잡은 '진로이즈백'
성공 비결은 뉴트로와 저도수 포지션
하이트진로는 1998년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오랜 시간 서민의 술자리를 책임져왔습니다. 그러다 뉴트로 열풍이 부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진로를 다시 끄집어내게 되는데요.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병 모양이나 색깔, 라벨 사이즈를 모두 현대 버전으로 리뉴얼했고 진로를 상징하는 두꺼비에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풀어 MZ세대에게 친근하게 접근했죠.
이 마케팅이 제대로 먹혀 '진로이즈백'은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이 팔리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출시 당시 목표한 연간 판매량을 두 달 만에 달성한 겁니다.
사실 하이트진로가 성공적인 마케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54년에는 주류업계 최초로 신문 광고를 냈고, 1959년에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광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 두꺼비가 그려진 병뚜껑을 가져오면 황금 두꺼비를 주거나 재봉틀을 나눠줘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뉴트로 마케팅만큼이나 성공적이었던 건 저도수 포지션입니다. 진로이즈백이 재출시됐을 때만 해도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7도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진로이즈백은 음주 문화의 변화에 맞춰 도수를 16.9로 과감히 낮춥니다. 또 여기서 멈추지 않고 16.5도까지 내렸는데요. 이는 술을 과하게 권하지 않는 회식 문화, 편하게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와 맞아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 저도수 포지션은 마케팅 전략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7도 이상 주류의 미디어 광고가 금지돼있는 상황인데요. 진로이즈백은 도수를 낮추면서 TV 광고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하이트진로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잘나가는 하이트진로지만 논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진로이즈백이 소주를 상징하는 녹색 유리병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진 건데요.
소주병은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게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출고가에서 새 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9년 주요 소주 업체들은 소주병 공용화에 동의했고,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참이슬을 공용병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진로이즈백과 같은 이형병이 잘 팔리면서 문제가 달라졌습니다. 하이트진로 외 업체들도 이형병 소주를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이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이형병이 계속 늘어나면 재활용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고, 제2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 2월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 출고가를 7.9% 올렸습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 가격이 갑자기 오른 셈인데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린 만큼 다른 업체들도 슬슬 가격을 올릴 것이고, 우리가 체감할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단독] 카카오, 내년부터 이용패턴·기록 수집 검토
- 2."김부장 아내도 못 버텼다"…공인중개사 1만명 집으로
- 3."월 160만원을 어떻게 내요"…다급해진 신혼부부 2만8천명 몰렸다
- 4.공무원 인기 부활?…9급 첫 월급 300만원 된다
- 5.[단독] 결국 백기든 쿠팡…이용 약관서 '해킹 손해 면책' 삭제
- 6.원금·4% 수익 보장 IMA, 첫날에만 2천200억 몰렸다
- 7."1인당 50만원씩 준다"…소득 상관 없이 뿌린다는 곳 어디
- 8.SKT '1인당 10만원' 보상 권고…나도 받을 수 있나
- 9.65세 넘었다면…문턱 높아지는 '절세통장' 챙기세요
- 10."집 사는 데 노후까지 영끌"…퇴직연금 깨서 집 산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