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모텔 알바하던 흙수저, 10조원 '데카콘' 기업 야놀자 일궈낸 사연
SBS Biz
입력2022.04.07 18:37
수정2022.04.09 09:56

모텔 운영자의 꿈이 기업가치 10조원으로...
야놀자의 성공 비결은 '편견 타파'와 '탈숙박'

야놀자라는 기업을 이해하려면 창업자 이수진 대표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이 대표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돈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게 됐고, 성인이 된 뒤부터는 부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서점에 가서 재테크 관련 서적을 탐독하거나 주식투자 학원에 다니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씁쓸했고, 결국에는 모아둔 돈을 모두 잃게 됩니다.
주식투자를 접은 뒤 이 대표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모텔 아르바이트 구함, 숙식 보장, 월 250만원 이상 소득 가능'이라는 내용의 채용 정보를 보게 되는데요. 이에 끌린 이 대표는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모텔에 취직했고, 이후 2년간 일을 하게 됩니다.
이 대표는 모텔 관리자로 일하면서 운영자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열었는데, 하나둘씩 사람이 모이더니 회원 수 1만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모텔 비품 납품 업체를 대상으로 홍보 및 견적 비교 사이트를 만들게 되는데요. 강한 의욕과 달리 이 사업 역시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이 대표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옵니다. 모텔 이용자 커뮤니티 '모텔투어' 운영자로부터 온 연락이었는데요. 당시 모텔투어 운영자는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를 제안했고, 이 대표는 이를 500만원에 사들이게 됩니다.
모텔투어를 인수한 이 대표는 이번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결심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텔 소개 플랫폼의 형태로 숙박업소 홍보 사업을 하게 된 거죠.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업주들의 반응은 떨떠름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낯선 사업모델이다 보니 의아함이 컸던 거겠죠.
모텔투어 사업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을 때쯤, 한 업주가 이 대표를 찾아옵니다. 업주는 "예전에는 장사가 잘 됐는데 요즘은 손님 오는 게 들쭉날쭉하다"라며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요. 이에 이 대표는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이트에 광고를 내봐라"라는 솔루션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 대표는 업주에게 100만원을 받고 배너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후 입소문을 타서 모텔 50곳과 추가 광고 계약도 맺게 됩니다.
그런데 겨우 사업 방향을 잡은 이 대표에게 다시 한번 시련이 찾아옵니다. 당시 경쟁하던 회사가 모텔투어의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버리는 일이 벌어진 건데요. 1년 반 동안 잘 써오던 이름을 빼앗긴 이 대표는 고민 끝에 '야놀자'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게 됩니다. 젊은 고객들이 여행 간다는 말보다 놀러 간다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었죠.
새 이름을 갖게 된 야놀자의 첫 미션은 '편견 타파'였습니다. 야놀자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텔이라고 하면 무언가 음습하고 쾌쾌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많았거든요. 이에 이 대표는 모텔이 가진 부정적인 느낌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때 ‘수능금지곡’이라고 불렸던 야놀자 CM송도 그 노력 중 하나였던 거죠.
그렇게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야놀자는 두 번째 미션인 '탈숙박'을 진행합니다. 사업의 대상을 숙박업소에서 여가 산업으로 넓히겠다는 뜻이었는데요. 실제로 현재의 야놀자는 즐길거리, 교통, 항공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야놀자에 접속하면 여가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다 해결할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찾을 수밖에 없겠죠.
또 최근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인수하면서 여가 산업을 향한 꿈을 내비쳤습니다. 인터파크는 국내 공연 예매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곳이고, 여행 패키지 상품 구성 경험까지 있기에 야놀자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인데요.
야놀자가 이렇게 인터파크를 과감하게 인수할 수 있었던 건 단연 자본력 덕분입니다. 202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조원을 배팅하면서 야놀자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이 투자로 야놀자는 10조원 상당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 같지만 야놀자에게도 고민거리는 존재합니다. 2019년부터 불거진 광고비, 수수료 논란인데요. 숙박업주들은 “야놀자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앱 내에서 노출도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많은 광고비를 낼 수밖에 없다"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더불어 “야놀자는 숙박 취소 수수료를 업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불하게 하는 등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등의 내용도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야놀자는 숙박 중개 앱을 운영하면서 직접 프랜차이즈 모텔을 운영하는 것으로 업주들과 분쟁을 일으켰던 적도 있습니다. 야놀자가 2022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업주들과의 상생,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등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2천원짜리 라면 뭐가 있길래…라면업계 발칵
- 2."7·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말라"…기장이 올린 글에 진에어 발칵
- 3.코스피 5천 간다…맥쿼리가 본 이재명 수혜주는?
- 4."540만원 부으면 1080만원에 이자까지 준다고"…이 통장 뭐길래?
- 5.10억 로또 둔촌주공 줍줍 나온다…무주택자만 청약?
- 6.'와우회원도 돈 내세요'…쿠팡플레이, 클럽월드컵 유료 중계
- 7.[단독] 전국민 25만원 차등지급?…민주당, 지역화폐 기류변화 감지
- 8.[단독] 새마을금고서 개인정보 유출…고객은 몰라
- 9.출퇴근길 삼성전자 못 산다?…대체거래소 30%룰 '발목'
- 10.이러다 2위 자리도 위태?…어쩌다가 삼성전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