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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궁금해] 끝 모를 차량용 반도체 대란...삼성전자·인텔 꿈쩍않는 이유

SBS Biz 조슬기
입력2022.04.06 16:41
수정2022.04.19 14:28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현상이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끝나냐는 질문에 20년이 걸릴 거라고 답하는 전문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한 속 사정, 궁금해궁금해 통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한 대에 최소 300개 이상...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



자동차는 더 이상 내연기관 동력으로만 움직이는 제품이 아닙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IT와 결합한 종합 편의 장치를 구비한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어서인데요. 과거의 자동차가 운송 기능에 충실한 기계 장치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안전과 편리함 등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며 다양한 전자기기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구동을 위한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뿐만 아니라 운행 정보, 차량 상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을 구현하기 위한 첨단 장비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는 온도, 압력, 속도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와 엔진, 전자기기 등을 조정하는 전자제어장치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난방부터 엔진 제어까지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에는 보통 반도체 300개 정도가 필요한데요.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종류는 크게 △구동계 IC △파워 IC △센서 △MCU의 4종류로 나뉩니다. 먼저 구동계 IC는 속도, 압력, 온도 등의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보여주는 반도체를 뜻합니다. 파워 IC는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흐르도록 하는 반도체고요. 센서는 차량 내부나 외부의 정보를 수신하는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입니다. 마지막인 MCU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의 준말로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입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데요. 두뇌가 우리 몸의 팔다리, 몸동작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로는 NXP반도체, 인피니온, 르네사스 등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NXP는 앞서 말씀드린 MCU를 비롯해 통신, 차량, 교통카드 등 광범위한 교통 기술에 활용되는 반도체를 주력으로 만듭니다. 독일의 인피니온, 일본의 르네사스도 MCU 등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한 원인은?
빗나간 예측과 생산 방식 차이



현재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 힘든 일차적 원인은 주요 완성차 업체의 빗나간 수요 예측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이후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부품 주문량을 선제적으로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도 가동률을 줄이게 됐는데요.

예상과 달리 자동차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2020년 말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게 된 건데요. 덩달아 차량용 반도체 주문도 폭주하면서 공급난이 빚어진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화재 사고와 한파 등의 여파로 공장이 멈춰 서면서 생산 라인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 방식 차이도 공급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생산 과정은 흔히 '토요타 웨이'로도 잘 알려진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이른바 JIT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적기에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인데요.

하지만 JIT 방식은 반도체 산업 속성과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반도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 분야로 6개월가량의 생산 리드타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리드타임이란 계약 체결일부터 최종 제품 납기일까지의 간격을 뜻하는데요. 즉 반도체는 생산 리드타임이 길기 때문에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폭증해도 차량용 반도체를 뚝딱 만들어 공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이렇게나 필요한데...
삼성전자·인텔이 나서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차량용 반도체가 이렇게 부족한 상황인데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왜 나서지 않는 걸까요? 그 해답은 반도체 시장의 규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무역 통계기구(WSTS)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400억달러(한화 약 523조원)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450억달러(한화 약 50조원)에 그쳤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스태티스타는 2040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를 1750억달러(한화 약 194조원)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건 맞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빅 플레이어가 전사적으로 뛰어들 규모는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차량용으로 한정된 반도체 영역에서는 이미 NXP, 인피니온, 르네사스와 같은 기업들의 과점 구조가 굳어져있기도 하고요.



결국 올해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개선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당장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현대차의 경우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기본 6개월입니다. 심지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차종도 적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유는 아시다시피 차량용 반도체 부족입니다.

특히 공급난이 심한 MCU나 차량용 전력반도체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최근 일본 르네사스 공장이 지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에 뒤늦게 업체들이 수급난을 막기 위해 생산라인 착공에 들어가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최소 2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조슬기 기자
구성: 황인솔 콘텐츠에디터
제작: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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