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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러시아 보이콧 딜레마…‘평판’ VS ‘실리’

SBS Biz 김정연
입력2022.03.18 17:53
수정2022.03.18 18:36

[앵커] 

얼마 전 러시아 SNS에 올라온 사진인데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 58만 원, 콜라는 17000원에 팔렸습니다. 

맥도날드의 러시아 사업 철수로 생긴 해프닝입니다. 

한 러시아 남성은 맥도날드 출입문에 자신의 몸을 묶고 폐점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뿐 아니라 애플과 인텔, 테슬라 등 300여 개 글로벌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아직 국내 기업 중 여기에 합류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길게 보고 소비자 평판을 택할지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택할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김정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경쟁업체인 애플과 인텔이 러시아 보이콧에 나섰는데, 삼성전자가 아직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삼성전자의 전 세계 매출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입니다. 

비중만 보면 크지 않은데요. 

하지만 러시아 내수 판매 순위를 보면 글로벌 경쟁 기업들보다 높은 편입니다. 

러시아 시장에서 세탁기와 냉장고 등 주요 가전 점유율이 현재 1위고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가장 높은 30%로, 애플의 2배를 넘습니다. 

삼성전자의 러시아 현지 칼루가 공장에는 약 1천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러시아 보이콧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앵커] 

벤츠와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러시아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현대차 역시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죠? 

[기자]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대로, 삼성전자보다도 더 높습니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약 37만 7천여 대를 판매하며 현지업체 다음으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현대차·기아 5개 법인에서 약 4천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사업 철수 시 역시 고용 문제가 걸립니다. 

[앵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런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겠군요? 

[기자] 

러시아 의존도가 낮은 미국 동종업계 기업과는 상황이 달라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러시아 사업 철수 대신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등의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도 현지 법인을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김경유 /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 :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변화되고 있는데 러시아가 내연기관차 비중이 굉장히 높은 시장이거든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을 쉽게 보이콧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앵커] 

김정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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