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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인뱅,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신용평가 차별화로 한판 붙는다

SBS Biz 김성훈
입력2022.03.03 17:29
수정2022.03.03 19:10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곳은 신용평가점수가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의 대출 기회 확대를 금융당국에 약속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은 스스로 약속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지키지 못했고, 시중은행처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손쉬운 대출영업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이들 은행 3곳은 올해 각자 차별화된 신용평가모형(CSS)을 앞세워 공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은행권의 '메기'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부분을 알아봤습니다.

IPTV와 도서 구입 정보가 대출 심사에?
토스뱅크는 오늘(3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난달말 기준 31.75%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대출한도 5000억원을 조기에 소진하며, 9영업일만에 대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당초 지난해 연말 목표였던 34.9%에 못 미치는 23.9%에 그쳤습니다. 

올해 다시 대출을 재개한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TSS)를 앞세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계획입니다. 

특히 2분기에는 지난달 인터넷은행 처음으로 선보인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도 활용할 방침입니다.

정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는 자영업자의 소비 패턴 등을 축적해 차주의 실질 상환능력을 판별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TSS는 은행 등 금융권 데이터뿐 아니라 모든 업권의 데이터를 취합한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분석능력이 활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주가 얼마나 빌린 돈을 잘 갚을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도구인 신용평가모형은 중저신용자에게 무게를 두고 대출을 내줘야 하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우량한 차주를 걸러낸 뒤, 적정한 대출 금리를 매겨야 부실 위험은 덜면서도 이자 마진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행 맏형 격인 케이뱅크도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목표치 21.5%를 밑도는 16.6%를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케이뱅크는 모회사인 'KT'를 통한 통신 정보를 특화한 신용평가 관련 전략모형을 올해 2분기 중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통신 3사의 정보를 다 이용해 통신요금 납부 패턴 등을 살피고 있지만 KT를 통해 통신 정보를 좀 더 깊게 활용하려고 한다"면서 "예를 들어 IPTV 시청 패턴을 어떻게 신용평가와 연관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고신용자 대출을 막고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역시 올해 3분기까지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교보문고 등 교보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도서 구매 이력 등을 신용평가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더 높아진 목표치…피할 수 없는 경쟁


올해 연말까지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25%, 토스뱅크는 42%로 지난해보다 더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중저신용자 가운데 우량 차주를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주의 신용도를 정확히 판단하고 리스크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가 인터넷은행이 지켜야할 의무처럼 돼 버린 상황에서 동일한 차주에게 비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경쟁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내년까지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제시하며,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금융 신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내년까지 인터넷은행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담보 부족한 사회초년생에 기대…'프리랜서' 이자 부담 증가 우려
비금융 정보의 활용도를 높인 신용평가모형은 특히 신용카드 이용 내역이나 과거 대출 이력 등이 부족해 대출 어려움을 겪은 일명 '씬파일러(Thin Filer)'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사회초년생인 34세 직장인 안태영씨는 "신용점수는 높은데 담보 같은 게 없어서 예상에 비해 대출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비금융 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해 대출 기회가 늘어난다면 사회 초년생으로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리랜서인 53세 권오헌씨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좀 어렵다"면서도 "(비금융 정보 활용) 취지 자체는 좋은데, 그 만큼 (대출) 금리가 높을 것 같다는 예상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 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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