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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최악의 적자 ‘한전’이 ‘RE100’ 걸림돌?

SBS Biz 류정훈
입력2022.03.02 14:36
수정2022.03.03 13:50



대선토론회에서 화제가 됐던 'RE100'. 



이미 많은 분들이 궁금해서 찾아보셨을 텐데요. RE100의 정의를 짧게 설명해 드리자면, 기업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약속한 시점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캠페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349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 중이며, 우리 기업들 중에선 SK와 LG그룹이 앞장서서 RE100 가입에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비중은 전체 대기업 대비 1.16%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RE100 이행수단, 'K-RE100'을 지난 해에 내놓았습니다.



K-RE100은 뭔가요?
K-RE100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용, 일반용 전기소비자 모두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축한 제도로,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방법입니다.

크게 다섯 가지,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분투자 ▲자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인데 지난해부터 시행됐죠.

[녹색 프리미엄 (자료=한국에너지공단)]

녹색프리미엄은 쉽게 얘기하면 기업이 웃돈 주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겁니다. 한전은 국내 신재생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데요. 이 때 가격은 SMP와 REC를 합친 가격이라고 합니다. 1일 기준 SMP 평균가격은 189.96원이니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사오는 거죠. 

SMP는 국제유가에 연동되니 당분간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어쨌든, 한전은 이렇게 사온 재생에너지를 기업들로부터 기존의 전기요금과 별도의 녹색프리미엄을 받아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해주는 구조입니다.

산업부는 한 해에 두 번, 상·하반기로 나눠 입찰을 진행하고 최근에도 올해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REC 구매 (자료=한국에너지공단)]

두 번째는 인증서(REC) 구매인데요. 먼저 REC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인증서입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지 않았더라도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하면 친환경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제3자 PPA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세 번째는 제3자 PPA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한국전력공사의 중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지분 투자·자체 재생에너지 설비 (자료=한국에너지공단)]

네 번째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일정 부분의 지분을 투자하는 방법이고, 마지막 자체 건설은 말 그대로 전기소비자가 자기 소유의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해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중 전기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방법은 몇 번째일까요?

바로 녹색프리미엄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K-RE100에 참여한 기업 80곳 중에서 59곳이 녹색프리미엄을 이행 중이며 16곳이 REC 구매, 5곳이 자체 생산설비 설치를 선택했고요.

제3자 PPA를 이행 중인 기업은 0곳입니다.
 
제3자 PPA 안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

전기 소비자들이 '제3자 PPA'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비싼 '비용'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때 상대적 비용 부담이 적은 '녹색 프리미엄'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있습니다.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지난해 초 제1차 입찰 때 1만7827GWh에 대한 하한 가격을 kWh당 1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선택받은 REC 가격은 개당 평균 5만6559원. kWh로 환산하면 56원입니다.

반면 제3자 PPA는 이보다 훨씬 비싼데요.

[예상 제3자 PPA 가격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예상한 요금을 살펴보면 kWh당 150~160원 정도가 나옵니다.

아직 실적이 없다보니 구체적인 평균 가격을 구할 순 없지만, 발전량과 망 이용요금, 전력손실금액, 부가정산금, 거래수수료, 복지특례할인비용, 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이 포함되다보니 녹색프리미엄이나 REC보다 금액이 더 나오는 겁니다.

쉽게 말해 한전의 중개비용과 망 사용료 등 부대비용이 늘어나는 거죠.

기업 입장에선, K-RE100 이행수단 중 하나만 골라서 해도 되니까 굳이 비싼 제3자 PPA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중개자 한전 뺀 '직접 PPA' 이번 달 시행…실효성은?



정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제도가 시행됐지만, 현재까지도 제3자 PPA 실적이 '0건'이다보니 문제점 찾기에 나선거죠.

기업들이 비용에 대한 애로사항을 겪는 것을 알게 되자, 정부는 다음 달부터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중개를 맡았던 한전을 빼고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인데요.

부대비용 중 하나인 중개 수수료는 빠지게 됐습니다만, 아직도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전의 망 사용료입니다.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더라도 결국 한전이 설치한 송·배전망을 이용해 전력을 주고받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내야할 수밖에 없는거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전의 망 이용료를 손봐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전 송배전망 이용 요금이 기업들의 PPA 활용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원가가 저렴하지도 않은데 망 이용료까지 비싸게 받으면 장기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망 이용료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새로 시작될 '직접 PPA'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대한전기협회도 전기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K-RE100 참여 기업 중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송·배전망 이용요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오를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정부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RE100 이행을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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