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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IN] 기업공개 좌초 현대엔지니어링 CEO교체…왜?

SBS Biz 윤지혜
입력2022.03.02 14:19
수정2023.10.19 14:38

 [앵커]

이번 주 건설IN 시간에 저희가 들여다볼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입니다.

이 회사, 최근 증시 상장을 자진 철회해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끌었죠.

당시 철회냐, 아니면 무산이냐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 이런저런 해석이 많았는데요.

얼마 전 이와 관련해 힌트가 될 만한 시그널이 포착됐습니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건데, 그것도 갑작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전임 사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뤄진 교체라서일까요?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윤지혜 기자가 개략적인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4일,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교체 인사를 냈습니다.

홍현성 부사장을 3월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끄는 인물이 김창학 사장인데요.

2019년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뒤 내년 3월이 임기만료일입니다.

임기를 1년 앞두고 교체가 된 셈입니다.

대표이사 교체를 놓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무산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까지 끝난 상황에서, 지난 1월 전격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고, 현대산업개발 광주 붕괴 사고로 건설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앵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부터 짚어보죠.

이 회사 상장 문제가 업계에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다시 말해 그룹 오너 일가 지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맞습니까?

[기자]

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절차를 진행하며 공모가 5만7900원~7만5700원으로 정했는데요.

공모가 상단으로 정해질 경우 시총 규모는 6조 원에서 최대 7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구주매출(1200만주) 비중이 75%에 달하는데,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은 공모를 통해 534만주 가량을 처분하게 되면서 최대 4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정몽구 회장 역시 142만주를 매각해 최대 1000억 원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앵커]

업계에선 정 회장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 회장이 올 1분기부터 확보한 자금을 활용하는 경영행보가 예상됐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전망에 설득력을 얻었는데요.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기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이 0.32%에 그칩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현재 0.32%에 불과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앵커]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켜 확보한 자금을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려 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네요?

[기자]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구주 매출로 확보한 돈, 즉 4천억 원가량을 투입해 현대모비스 지분 1.5%가량 추가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했었습니다.

그런데 상장이 전격 철회되면서, 이 같은 구상도 멈추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상장 무산에 따른 문책성 인사 성격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업계에선 사실상 문책성, 나아가 물갈이 인사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즉 현대엔지니어링 전환점으로 여겼던 상장이 무산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책론이 반영됐다는 겁니다.

물갈이 신호탄으로 보는 데는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홍현성 대표이사는 1964년생으로, 지난해 초 전무, 그리고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발탁된 인물입니다.

1년 반도 안 되는 시기에 초고속 승진이 이뤄진 것이고, 과거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부사장급 CEO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결국, 엔지니어링 중심의 회사에서 에너지, 친환경 중심으로 변모하는 분위기 속에 이번 인사를 통해 고위급 임원들의 물갈이가 자연스러워졌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통상 대표이사 임기는 3년인데,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표이사 교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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