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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연기금, “삼성 ‘탄소 경고장’ 안 먹히면 소송 검토”

SBS Biz 강산
입력2022.03.02 11:34
수정2022.03.02 17:02

"주주제안·소송도 검토"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 APG가 지난달 초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10곳에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서한을 받은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제철, SK, SK하이닉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LG유플러스, SK텔레콤입니다. 모두 APG의 투자금이 들어간 기업들로, APG는 이들을 '기후 포커스 그룹'으로 선정했습니다.

서한을 발송한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와 화상으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업들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박 이사는 "기업들이 구체적인 탄소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과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유경 이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탄소감축 서한에 국내 기업들로부터 회신이 왔나
▶(3월 2일 기준) LG화학, 롯데케미칼 2곳에서 회신이 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서한을 받은 10개 기업 모두 3월 초쯤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기업들은 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목표에 다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전력 공급 구조때문에 쉽게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국내 에너지 소비 상황에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탄소감축 계획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들이 개선책을 쉽게 못 내놓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를 주로 쓰고 있다. 정부에서 이미 화석 연료 의존 문제가 큰걸 아는데도 석탄 화력 발전을 계속 허가하고 있다. 이게 본질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서한을 보낸 10대 기업이 탄소중립을 실천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본다.

▷정부가 아닌 기업에 서한을 보낸 이유는
▶주주로서 건강한 압력을 넣기 위한 목적이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에 전력개편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서한을 꾸준히 발송했다. 한전의 주요 주주였던 APG는 지난해 2월 한전에 대한 모든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지난 8월 정부에도 한국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관한 우려 서신을 발송했다. 



▷다른 국내 기업에 추가 서한을 발송할 계획은? 있다면 대상과 시점은
▶아직까진(올해는) 추가 발송 계획은 없다. 선정한 10개 기업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 대표 업종이다. 서한 범위를 넓힐 계획은 없다.
 
▷서한 발송 이후 구체적인 절차는
▶APG 서한에 대해 기업들이 경영진 또는 이사회 이름으로 답신을 해주면 내용을 검토하겠다. 이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탄소 감축 관련 내용을 보겠다. 이후 다른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과 공동으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이 저조하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대응할건가
▶주주로서 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주주를 모아서 공동대응하고, 지속적으로 경영진과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을 요청하거나, 기후위기를 신속하게 대응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최후의 방법으로는 주주대표소송까지 검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APG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나 
▶삼성전자의 경우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3조원 정도 갖고 있고 지분으로는 0.5%.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수준

▷기업 경영진 교체, 투자 계획 변경 요청도 고려하고 있나?
▶어렵다. 주주로서 할 수 있는 충고의 차원으로 가능한 것이다. 대기업으로서 리더십을 갖고 에너지 정책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

▷이달 1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대기업 주총이 잇따라 열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시안이 나와야 한다고 보나
▶이번 서한의 목적이 그렇듯, 경영진과 이사회가 그동안 회사가 발표했던 탄소감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단기적, 중장기적인 계획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줬으면 한다. 또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노력들이 유용했는지 깊이 생각하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감축 노력에 따른 배출량이 어느 수준이고,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부분에 대한 해답이 같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재생에너지를 100%로 하겠다거나 그런 장기적인 목표와 약속 자체가 없다. 애플 등 해외 공급망 회사처럼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애플과 삼성의 사업 구조가 다른데 비교가 가능한가
▶두 기업 비교가 무리라는 지적이 일명 타당한 면이 있다. 다만 애플이나 구글 등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은 이미 RE100에 가입했고 협력사에게도 RE100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공급망에 속한 수출회사로,애플처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 현실상 RE100 가입이 쉽지 않은데? 
▶기관투자자의 질문은 '어떻게'다. 현재 어떻게 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까지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들이 반드시 RE100에 가입해야 하다는 뜻이 아니다. 한전 중심의 전력 의존도로 국내 상황 때문에 RE100은 쉽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꼭 RE100이 아니더라도 애플의 큰 고객사인 삼성과 LG 등이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방법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ASML은 RE100에 가입했나
▶가입이 돼 있지 않다. 다만 ASML은 전체 에너지 사용의 92%가 재생에너지다. 사실상 잘 지켜주고 있으니 주주로서 압박할 필요 없다. 



▷지난해 APG 주도로 기후행동 100+이 국내 탄소중립위와 청와대에 민간 석탄발전소 퇴출을 요구했는데 회신 받았나?
▶지난해 10월쯤 탄중위와 청와대에 서한을 보낸 건 맞고, 답장은 못 받았다. 답장이 안 왔더라도 서한 발송 이후 청와대가 국가의 탄소배출감축 목표를 24%에서 40%로 늘렸다. 기후행동 100+의 서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의견 피력이 됐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국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2030년까지 40%인데, 어떤 결과가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서 한국 정부에 추가 의견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장 올해 11월쯤 추가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정부는 본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과 유럽 정부는 정부에서 기업들이 탄소감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위한 부지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지원이 많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점차적인 제도적 개선도 많다. 정부는 한전과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일관성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대기업들이 ESG에 굉장히 많은 투자와 강화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축이 기후위기 대응이다. 정부가 전력시장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석탄 등 화석연료를 퇴출시키는 방안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 투자자들이 믿음을 갖도록, 우려가 없도록 전력시장 재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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